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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새해 맞이 레이저쇼...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수놓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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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파일럿 도전기-35]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2018년이 시작되었다. 지난해 4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파일럿 훈련을 시작한 이후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빠르게 지나갔다. 생각해보면 별로 추억이 없다. 수업을 듣고, 공부하고, 시험 보고의 반복이었고 하루 일과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항상 똑같았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사진=두바이 미디어 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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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고 단조로운 일상이지만 그래도 연말연초 분위기는 내야 하지 않겠나. 우리나라에서 매해 12월 31일마다 보신각종을 치면서 새해를 맞이하듯 여기 두바이에서도 해마다 특별한 행사를 한다. 바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UAE 두바이의 새해맞이 불꽃놀이가 그것인데, 올해부터는 레이저 쇼로 대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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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정부는 "두바이 모든 곳에서 새해맞이 불꽃놀이 대신 레이저 쇼가 진행될 것"이라면서 "레이저 쇼가 불꽃놀이보다 안전하고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데에도 좋다"고 미리 공지했다. 두바이의 새해맞이 쇼는 세계 최고 빌딩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에서 매년 12월 31일 자정에 맞춰 약 10분간 진행된다. 이 시간 동안 몇 십만 명이 이 장소에 밀집하기 때문에 집에 일찍 들어가는 것은 포기해야 하지만, 그래도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특별한 레이저 쇼인지라 가봐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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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830m 높이의 건물 전체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오면서 장관이 연출되는데, 이를 구경하려고 낮부터 건물 주변 에마르 스퀘어에 사람들이 모였다. 부르즈 칼리파를 소유한 두바이 정부 기업 에마르는 한 외신과 인터뷰하면서 "우리는 구식을 쓰지 않고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도입하려고 한다. 새해맞이 레이저 쇼로 부르즈 칼리파와 두바이를 돋보이게 하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에마르는 이번 행사를 위해 5개월간 관련 전문가 300여 명을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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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다가오고 밤이 되자 두바이 분수 쇼가 열린다. 그리고 한참을 노닥거리다 보니 이제 슬슬 시동을 걸고 있는 레이저 쇼 스태프의 분주한 모습이 눈에 띈다. 점점 자정이 다가오고 드디어 레이저 쇼가 시작됐다. 화려함에 눈을 뗄 수 없는 10분이 꿈만 같이 휙휙 지나가고, 레이저 쇼의 클라이맥스는 UAE 국부인 셰이크 자이드의 모습을 부르즈 칼리파에 레이저로 비춰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올해가 UAE의 국부인 자이드가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라 아마 올해 두바이에 여행 오는 사람들은 심심찮게 이분을 기리는 여러 영상과 행사 등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부르즈 칼리파에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세계 유일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에서도 이와 비슷한 행사를 했는데, 여기선 그냥 불꽃놀이를 했다고 한다. 미리 알았다면 이곳을 갔을텐데. 레이저 쇼도 멋있지만 그래도 돈을 팡팡 쓰는 불꽃놀이가 좀더 재미있지 않겠나. 예전에 대학축제 때 불꽃놀이를 하니까 사회자가 "저기 여러분들의 등록금이 펑펑 터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일화가 생각난다.

이 행사를 매년 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준비도 많이 해야겠지만 이제는 두바이와 UAE의 빼놓을 수 없는 연례행사가 됐다. 그만큼 관광객을 유치하고 UAE 두바이를 세계에 알리는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정부도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 있다. 단, 여행자에게는 지옥이 될 수도 있다. 이 시기에 두바이 인근 호텔 예약은 크리스마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많게는 10배도 넘게 뛰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한 지인에게 직접 듣기를 이분이 작년 연말에 친구 몇몇과 함께 호텔방을 잡고 분위기 내면서 와인파티를 하려 했는데 평소 15만원 선이던 호텔방이 12월 31일에는 150만원을 달라고 해서 '도저히 이 돈 주고는 못하겠다'는 생각에 바로 포기했다고 한다. 대신 전망 좋은 친구 집에서 다같이 모여 기분을 냈다고.

하여튼 올해는 나에게도 정말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해부터 나를 괴롭혔던 파일럿 '그라운드 스쿨(Ground School)'이 곧 있으면 끝난다는 점은 참 좋다.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 공부는 재미있을 때도 있었지만 사실 따분할 때가 더 많았다. 비행기 원리가 어쩌고 엔진 구성이 저쩌고 하는 것을 장장 9개월 동안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일매일 하다 보니 정말 정신적으로 지칠 때가 많았다. 거기에 이 모든 게 영어 수업이라는 것도 참 힘든 점이었다.

그라운드 스쿨이 끝나면 바로 싱글엔진 비행기를 70시간 이상 몰아야 하는 'Core Flying Phase'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것을 마치면 'Multi-Crew Co-operation(MCC)' 과정이 바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MCC 계획서를 보면 Crew Resource Management(CRM), Threat and Error Management(TEM), Handling a multi-engine jet 등을 공부한다고 되어 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때 가보면 뭔지 알겠지.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레이저 쇼를 보면서 그간 2017년을 반성하고 2018년에 있을 일들을 생각하게 됐다. 앞으로 1년 뒤인 2018년 레이저 쇼 행사 때는 나는 어떤 모습이려나.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자세로 항상 배우려고 노력할 수 있게, 그리고 속에 품은 결심들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올 한 해도 열심히 뛰어야겠다.

[FlyingJohan /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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