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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봄꽃놀이 전야제] 빼꼼히 얼굴 내민 화사한 매화…오호, 봄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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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이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다. 한낮에는 제법 봄기운이 느껴지는 따스한 바람까지 불어온다. 계절은 항상 정직하게 오고 간다. 이제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맞이 준비를 할 시점이 온 게다. 남쪽에서는 봄꽃 개화 소식이 들려온다. 포문을 여는 것은 여리디 여린 매화꽃. 전국 매화 꽃놀이 명소 중 딱 4곳만 추렸다. 흰 꽃이 봄바람에 일렁여 하나의 기운이 되는 광양 매화마을의 몽환적인 풍경부터 붉은 매화꽃이 화룡점정으로 내려앉는 천년고찰의 근엄한 모습까지 골고루 담았다.

매화 꽃 구름 광양 청매실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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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이 만발한 광양 다압면 청매실농원 일대 풍경.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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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역경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난 현장이 광양에 있다. 매화꽃 하나로 전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된 광양 다압면 청매실농원이 그 주인공이다. 청매실농원의 매화는 2월 말에서 3월 초 꽃망울을 틔우기 시작해 3월 중순이면 만개한다. 넉넉한 섬진강을 마주한 산비탈에 조성된 청매실농원의 면적은 약 20㏊(6만평). 10만그루가 넘는 매화나무가 빽빽하게 도열해 있다.

매화를 즐기는 것에는 순서가 있다. 먼저 시각적으로 압도한다. 10만그루의 매화나무가 일제히 꽃을 틔운 청매실농원은 커다란 뭉게구름 같다.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달콤하고 산뜻한 매화향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다.

청매실농원이 값진 이유는 주인장 홍쌍리 여사(75) 때문이다. 홍 여사는 시아버지 뒤를 이어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청매실농원을 가꿨다. 매화나무를 키우면서 매실을 활용한 각종 특산품을 개발하고 '좋은 건 함께 봐야 더 값지다'며 일생을 다 바친 농원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했다. 청매실농원에서는 매년 3월 매화축제가 열린다. 1997년부터 진행해온 유서 깊은 행사다. 매실청이나 장아찌 등 매실로 만든 각종 특산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올해는 3월 17~25일 열릴 예정이다.

보물 홍매화 양산 통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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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보사찰 통도사에는 빨간 홍매화가 핀다.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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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대 사찰 중 하나로 꼽히는 양산 통도사는 온갖 보물이 모여 있는 곳이다. 통도사의 가치를 이해하려면 불교 지식이 필요하다. 불교에서는 불(佛)·법(法)·승(僧)을 세 가지 보물로 삼는다. 각각 부처님과 부처님의 말씀 그리고 스님을 뜻한다. 그리고 전국에 있는 수많은 사찰 중 딱 세 곳이 삼보사찰(三寶寺刹)에 해당한다. 승보사찰은 국사 16명을 배출한 송광사, 법보사찰은 팔만대장경이 있는 해인사, 불보사찰은 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통도사를 일컫는다. 통도사에는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석가모니의 사리와 뼈 등이 모셔져 있다.

통도사의 보물은 이뿐만이 아니다. 추사 김정희와 흥선대원군의 글씨가 적힌 현판이 곳곳에 걸려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홍매화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천년고찰 통도사에 매년 봄마다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영롱한 홍매화는 또 하나의 보물이다. 절의 역사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홍매화의 수령도 만만치 않다. 자그마치 370년 동안 매년 빼놓지 않고 꽃 피우기를 계속하고 있다. 통도사 홍매화는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이기도 하다. 정초에 매화나무 아래서 소원을 빌면 1년 동안 좋은 일이 생기고 연인이 사랑을 약속하면 백년해로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납월매와 선암매 전남 순천 금둔사·선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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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매로 유명한 순천 선암사.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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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에는 선암사와 금둔사에서 매화를 볼 수 있다. 절의 명성으로만 따지면 선암사가 금둔사보다 앞서지만 매화로 치면 금둔사를 더 높게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 전국에서 가장 빨리 매화를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금둔사의 매화는 애칭도 많다. 추운 겨울 눈 속에서 피어난다 하여 설중매, 납월(음력 섣달)에 핀다 하여 납월매 등으로 불린다. 다른 품종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애정 담긴 별칭이다.

금둔사의 매화는 빨간 꽃잎이 달리는 홍매다. 낙안읍성에서 600년 된 거목의 씨를 받아다 1985년 절 내에 심었다. 앞서 소개한 광양의 청매실농원과 같은 거대 군락을 상상했다면 틀렸다. 금둔사의 홍매화는 단 6그루로 호젓한 절간에 조화롭게 녹아든 모습이 인상적이다. 고즈넉한 돌담에 기대거나, 담벼락 기왓장에 걸치는 등 서로 다른 장소에서 다양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선암사에는 무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매화나무가 있다. 수령이 650여 년에 달하는 나무로 '선암매'라고 따로 부른다. 같은 순천 땅에 있지만 금둔사와 선암사 매화의 개화 시기는 한 달 정도 차이가 난다. 선암사에는 매화 말고도 겹벚꽃 등 각종 꽃나무들이 곳곳에 있어 4월 말까지 꽃놀이가 가능하다.

오감만족 매화공원 서귀포 휴애리

온가족이 왁자지껄한 꽃놀이를 즐기고 싶다면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을 추천한다. 매년 2월에 매화축제를 진행하는데, 다른 곳과는 달리 꽃구경은 물론 다양한 체험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다. 휴애리 매화축제는 2월 14일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2월 제주지역에 연일 내리 폭설 때문에 두 차례나 연기됐다. 축제는 2월 28일부터 3월 25일까지 진행된다.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에 위치한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은 가는 길마저 어여쁘다. 한라산, 돌담, 감귤 밭, 전통가옥 등 제주도를 상징하는 온갖 아이템이 공원 코앞까지 이어진다.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은 본래 매화나무 농원이었다. 처음엔 여행객에게 매실 관련 식품을 팔기 위해 농원을 개방했는데, 지금은 아예 공원으로 꾸며 철마다 꽃축제를 벌이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월에 열리는 매화축제와 여름에 진행되는 수국축제가 단연 인기다.

7000여 그루 매화나무에서 팝콘처럼 꽃망울이 터져 꽃 터널을 이룬다. 아기자기한 포토존도 곳곳에 있어 인생 사진도 왕창 건질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꽃놀이를 즐기고 산토끼·염소·조랑말 등이 살고 있는 축사에서 먹이주기 체험도 가능하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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