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증거물 26.5TB 분량 확보
피의자 방치해 증거인멸 못 막고
정권 눈치 보며 ‘반쪽짜리 수사’
댓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모 씨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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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기소)씨의 댓글 조작에 대한 경찰 수사는 수면 아래 숨어 있던 광범위한 댓글 조작의 실체를 드러내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수사 초기부터 제기됐던 정권 눈치 보기 수사, 부실 수사 꼬리표는 결국 떼어 내지 못한 채 사건을 특검에 넘기게 됐다.
경찰은 139일에 걸친 수사기간 총 97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영장과 통신기록조회영장을 집행해 디지털 증거물 26.5테라바이트(TB) 분량을 확보하고 총 44명을 피의자로 입건하는 등 대규모 수사를 벌였다. 이를 통해 드루킹 일당이 2016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9만여 건의 기사에서 댓글 조작을 했단 사실을 파악해, 댓글 조작이 대선 이전부터 대규모로 진행됐다는 점을 밝혀냈다. 또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 ‘킹크랩’ 등 댓글 조작 세력과 수법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사건 초기부터 제기된 정치권 연루 의혹을 밝혀내지 못해 반 쪽짜리 수사로 남게 됐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과 드루킹이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았고 드루킹이 인사청탁 관련해 김 당선인 보좌관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까지 드러났지만, 경찰은 김 당선인에 대해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달 4일 김 당선인을 소환해 23시간에 걸쳐 대면조사를 진행하고도 통신ㆍ계좌 내역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여서 ‘보여주기’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드루킹과 4차례 만나 200만원을 받고, 드루킹을 김 당선인에게 소개해 준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에 대해선 소환조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의 소극적인 수사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드루킹 본거지인 느릅나무 출판사 압수수색영장은 부실한 내용 탓에 3차례에 걸친 신청 끝에 발부됐고, 핵심 피의자인 ‘서유기’ 박모(31)씨를 입건한 뒤에도 자유롭게 방치해 증거인멸이 가능케 했다. 또 출판사 사무실에서 압수한 휴대폰 170개 중 133개는 제대로 조회도 해보지 않고 검찰에 넘겼다가 다시 돌려받아 수사하는 등 압수물 분석에도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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