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권력에 칼 빼든 특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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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익범 특별검사(59·사법연수원 13기)가 이끄는 드루킹 특검이 27일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특검은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51)과 송인배 대통령 정무비서관(50) 등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허 특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객관적인 증거 수집과 분석을 통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검찰과 경찰의) 수사 기록을 통합·분석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자료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 사건은 표적 수사도 아니고 청부 수사도 아니다"며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 가능성에 대해 허 특검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특검 관계자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경찰 수사만을 토대로 기소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강제 수사와 관련해 "영장청구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수사의 핵심 쟁점은 김 당선인이 '드루킹' 김동원 씨(49·구속기소)의 댓글 조작에 관여했는지다. 앞서 드루킹은 옥중편지를 통해 "김 당선인에게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보여줬고 김 당선인이 텔레그램을 통해 (댓글 조작) 활동을 보고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당선인은 즉각 반박했지만 의혹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당선인이 도지사 당선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한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말한 만큼 소환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검은 김 당선인에 대해 "필요하다면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송 비서관의 향후 소환조사 여부도 관심사다. 송 비서관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 허 특검은 "야당이 (송 비서관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개의치 않고, 청와대 인사에 대해 특검이 어떤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며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송 비서관은 지난 19대 대선 전까지 드루킹을 네 차례 만나고 김 당선인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비서관은 드루킹 측에서 '사례비'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2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 같은 정황을 파악한 뒤 부적절한 청탁이나 거래가 있었는지 조사했지만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많지 않은 액수'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백원우 대통령 민정비서관도 수사 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가 지난 3월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도 모 변호사를 면담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윤평 변호사(46·36기)는 드루킹의 성폭력 혐의 재판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드루킹이) 국회에 들어간 기록과 밖에서 만난 것을 합하면 몇 번 만났는지 횟수가 명확히 나온다"며 "경찰 조사도 다 협조했는데 특검 조사에도 협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이 여권 핵심 관계자를 겨냥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을 향했던 과거 특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폐공사 특검은 1998년 조폐공사 노조 파업 당시 정부 개입 의혹을 수사했으나 '정부 개입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8년 1월 출범한 BBK 특검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의 BBK 차명 소유와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 수사했지만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며 무혐의처분을 내렸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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