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조위원회와 손잡고 새로운 환경에 안착하도록 체험·취업 프로그램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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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으로 이주한 중동·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에게 재정착은 지난한 과정이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언어와 문화, 지리를 익혀야 하고 생계를 위해 취업도 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세계적인 호텔·관광업체들이 비영리기구 국제구조위원회(IRC)와 손잡고 난민들의 재정착을 지원하는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난민들에게 시내·동네를 돌아보는 무료 가이드 투어를 제공하거나 일자리가 필요한 난민을 직접 채용하는 등 난민들의 이주와 재정착 여정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고 있다.
여행 정보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는 지난달 27일부터 미국 뉴욕과 북캘리포니아에서 ‘웰컴 홈(집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IRC와 함께 진행하는 이 캠페인은 뉴욕에서 1400여개, 북캘리포니아에서 700여개 무료 관광·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난민들이 새로운 환경과 지리에 친숙해지도록 돕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일례로 뉴욕에 사는 난민은 전문 안내인과 함께 배터리파크에서 페리를 타고 엘리스섬으로 건너가 자유의 여신상과 국립이민사박물관을 구경하는 4시간짜리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북캘리포니아에 산다면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걷고 금문교에서 사진을 찍은 후 소살리토까지 다녀오는 5시간짜리 관광 코스를 고를 수도 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자신이 사는 동네를 구석구석 탐방하는 산책 프로그램도 있다. 이 프로그램에선 인적이 드문 주택가 골목길과 여행 책자에 나오지 않은 작은 공원을 찾아다닌다. 트립어드바이저는 1일 관광 프로그램을 일반 관광객에겐 50~130달러(약 5만6000~14만5000원)에 판매하지만 난민들에겐 무료다.
서아프리카 기니 출신의 12세 소녀 애사투는 뉴욕 엘리스섬 가이드 관광을 체험한 뒤 뉴욕타임스에 “페리를 처음 타서 신기했다”며 “미국에 살게 됐다는 게 좋아졌다. 다음엔 캘리포니아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다국적 호텔 기업 힐튼 월드와이드는 2013년부터 IRC와 협력해 난민들에게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이 중 일부를 호텔에 채용하고 있다. 난민들은 우선 강의실에서 대화 기법과 문제 해결 방법, 고객 서비스, 이력서 작성법, 면접 요령 등 취업에 필요한 기술 전반을 배운다. 그 후 현장에 나가 실제 호텔 직원을 따라다니며 보고 배우는 실습 과정을 거친다.
에티오피아 출신의 티지스트는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에서 힐튼·IRC의 8주짜리 교육 과정을 이수한 후 동네 호텔에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힐튼 교육에서 호텔업의 기본과 접객 방법, 관용, 팀워크 등을 배웠다”며 “지금 직장은 내 경력 사다리의 첫 단계다. 최종적으로 호텔 셰프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 6500여개 호텔을 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2016년부터 IRC를 통해 난민 취업 교육을 시작했다. 교육이 시작된 후 현재까지 난민 650여명이 등록했고 100여명이 메리어트 소유 호텔을 포함한 여러 기업에 취업했다. 유럽에 65개 호텔을 둔 모텔 원은 2016년부터 독일 뮌헨에서 난민들에게 6개월짜리 직업교육과 2년의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난민 정착 지원에 나선 호텔·관광업체의 수가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는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저지주 스톡턴대 오락·접객·관광연구소 소장인 루미 판디트 박사는 “난민 지원이 호텔·관광업계에 널리 확산된 움직임은 아니다”라며 “이 업계가 해야 할 일이 아직 많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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