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 출처 | 중계화면 |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감독이 20일 코칭스태프 4명을 대동하고 입국해 한국 생활을 시작하는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한국에서 성공한 뒤 유럽의 중심부로 재진입하기 위한 벤투 감독의 동기부여나 젊은 리더십에 대해선 높이 평가하는 반면 최근 브라질과 그리스, 중국 클럽에서 모두 8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경질된 점, 검증이 덜 됐다는 점 등에 대해선 걱정의 목소리도 드러냈다.
프랑스에서 유소년 축구를 배워 유럽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김태륭 KBS 해설위원은 “지금의 한국 축구를 발전시키기 위한 적절한 선택으로 여겨진다”며 “포르투갈은 지도자 세계에서 유럽의 어느 나라보다 실력이 강조되는 곳이다. 그래서 주제 무리뉴나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같은 무명 선수 출신의 명장들이 속속 배출된다. 그런 포르투갈에서 대표팀 지휘봉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벤투 감독의 실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이어 “포르투갈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벤투 감독은 물론 4명의 코치들에 대한 평가도 후하다”며 “공격과 수비, 공격→수비 전환, 수비→공격 전환 등 4가지 상황에 대한 벤투 감독의 철학이 확고하다는 것을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이 설명했다. 그렇다면 더욱 믿음이 간다”고 했다. 김 위원은 끝으로 “솔직히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라면 누구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호날두 활용도 나름대로 괜찮았다”고 평가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때 벤투 감독이 이끌었던 포르투갈 대표팀을 철저히 분석해 화제를 모았던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의 동기부여가 충만할 것이다. 한국 대표팀을 통해 재기하려는 의지를 높이 산다”면서도 우려 역시 전했다. 장 위원은 “브라질 월드컵을 떠올려보면 독일과 1차전에서 페페의 퇴장을 고려하더라도 2~3차전 경기 내용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또 팀의 능력에 비해 공격 패턴이나 용병술이 단조로왔고 호날두에 대한 의존이 컸다”며 “현대 축구 트렌드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지도자인 것은 맞다. 유럽에서도 빅리그 진입이 당장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 만큼 몸값이 떨어지는 중이다. 그런 면모들을 우리가 앞으로 잘 지켜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 하나를 지어도 거주 환경에 따라 한옥이 맞는지 양옥이 맞는지를 판단하고 지어야 하는데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본선 진출 경험 ▲빅리그 우승 등 기록에 너무 얽매였다. 좋은 감독을 구할 수 있다면 A매치 1~2번을 대행 체제로 치르는 것도 무리수는 아니었다”고 했다. 협회가 다른 후보들에게 모두 거절당한 가운데 시간에 쫓기자 당장 사인이 가능한 벤투를 데려온 것 아니냐는 뜻이었다. 신 교수는 이어 “벤투 감독의 전체 승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근의 승률이 중요하다”며 “연간 40~50억원이 소요되는 큰 프로젝트인 만큼 벤투 감독이 같은 동아시아권인 중국 클럽에서 왜 조기 경질당했는지 그의 증언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려도 크로스체크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소홀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명장은 1~2경기만 해보면 팀을 훤히 파악하게 된다. 지금 한국 축구를 많이 아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쓴소리도 했다.
한편 벤투 감독의 선임을 주도했던 김판곤 위원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실력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며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일축한 뒤 “벤투 감독의 코칭 팀이 강했고 열정과 훈련 방법이 모두 좋았다. 기록만 보고 영입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은 오는 22일 취임 기자회견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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