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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한국 축구' 파울루 벤투와 대표팀

소녀팬 몰려든 만원 관중… 벤투, 웃으며 끝난 데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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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승우 오빠 보러 왔어요" 아시안게임 효과로 관중석 꽉 차

A매치 5년 만에 매진 사례

7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 한국과 코스타리카의 축구 친선경기를 앞둔 경기장 앞 풍경은 몇 달 전과 사뭇 달랐다. 2002 한·일월드컵 추억을 간직한 30~40대 팬이 다수였던 예전과 달리 이날은 2002년 즈음에 태어난 소녀 팬들이 주를 이뤘다. 그들은 저마다 '작은 거인 이승우' '흥민 오빠 날 봐요' 등 응원 피켓을 들고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페이스페인팅으로 태극 문양을 얼굴에 그린 김린아(17)양은 "축구장에 응원을 와본 게 처음"이라며 "아시안게임을 보고 흥민 오빠에게 반했다. 오빠를 직접 보고 싶어 이렇게 경기장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몸을 풀 때부터 그라운드는 "꺅" 하는 소녀 팬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아시안게임 효과'란 말이 나올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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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은 파울루 벤투의 한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 데뷔 경기에 선수들은 승리로 화답했다. 7일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고양종합운동장)에서 추가 골을 넣은 남태희(왼쪽에서 둘째)가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모습. 주장 손흥민(맨 오른쪽)은 두 팔 벌려 기쁨을 표했다. 작은 사진은 벤투 감독이 경기 중 박수를 치는 모습. /정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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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고양종합운동장은 현장 판매분까지 포함해 3만6127석(시야가 가리는 사석 제외)이 모두 팔리며 매진을 기록했다. 국가대표 축구 경기에서 매진 사례가 난 것은 2013년 10월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서울월드컵경기장, 6만5000명) 이후 5년 만이다. 뜨거운 팬들의 성원에 대표팀은 2대0 승리로 화답했다.

코스타리카전은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의 한국 사령탑 데뷔전으로 관심을 끌었다. 벤투 감독은 4―3―3 전형을 들고 나왔다. 새롭게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이 지동원·이재성과 함께 스리톱 공격진을 이뤘다. 월드컵 때 잦은 실수로 비난을 받았던 장현수가 김영권과 중앙 수비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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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은 좀처럼 벤치에 앉지 않고 꼿꼿이 선 채 선수들을 지켜봤다. 코치진을 수시로 불러 얘기를 나눴다. 손흥민과 이재성 등이 빠르게 수비로 전환해 상대 공격을 차단하자 힘차게 박수를 쳤다.

벤투의 한국은 수비 시엔 4―4―2 전형으로 바꾸며 두 줄 수비를 구축했다. 볼 점유율을 높이며 공격을 주도한 한국은 공을 뺏겼을 때는 빠르게 수비로 내려와 상대 역습을 막아냈다.

러시아월드컵 이후 은퇴 의사를 내비쳤던 미드필더 기성용은 자로 잰 듯한 롱 패스로 자신의 건재를 알렸다. 전반 28분 기성용의 긴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시원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5분 뒤 기성용의 롱 패스가 또 한 번 전방으로 향했다. 이를 받은 남태희를 상대가 낚아채며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전반 35분 손흥민의 페널티킥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이재성이 재빨리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올 시즌부터 독일 2부 리그 홀슈타인 킬에서 활약 중인 이재성은 왕성한 활동량과 함께 한층 더 향상된 기량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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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금메달 효과로 소녀 팬들까지 경기장을 찾아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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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기성용이 빠진 한국은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기회를 노렸다. 후반 33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남태희가 드리블로 수비수 세 명을 제치고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벤투는 남태희의 골 장면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벤투 감독이 직접 뽑아달라고 요청했다는 남태희는 이날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한동안 대표팀과 멀어지며 월드컵도 나가지 못했던 남태희는 멋진 골로 벤투호(號)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공을 점유하면서 기회를 만들어 가는 면이 좋았고, 역습도 잘됐다. 전반적으로 오늘 경기에 만족한다"며 "특히 패스 능력이 뛰어난 기성용이 좋은 역할을 해줬다. 그는 계속해서 대표팀을 위해 뛰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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