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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한국 축구' 파울루 벤투와 대표팀

최소한의 변화만 선택한 벤투호, 정체성 유지의 성과 얻었다[한국-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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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대한민국과 칠레의 친선경기가 열렸다. 손흥민이 황희찬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수원 | 최승섭기자 thunder@aportsseoul.com



[수원=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결과에 관계없이 모처럼 경쟁력 있는 상대를 만나 한판 승부를 벌인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양 팀은 득점이 없었지만 90분 내내 치열한 승부를 펼치며 경기장을 가득메운 팬들을 흥분케 만들었다. 칠레는 지난 7일로 예정된 일본과의 원정평가전이 훗카이도 지진의 여파로 취소되면서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냈고 시차 적응 등의 변수도 사라지면서 한국전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좋은 스파링파트너 역할을 한 칠레는 안정적인 볼 키핑과 공격시 물 흐르는 듯한 방향 전환 등에서 한국이 벤치마킹해야할 정도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 최소한의 변화, 벤투 감독의 차별화 된 구상
벤투 감독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칠레전은 코스타리카전과 차원이 다를 것이다. 강한 팀을 상대로 우리의 플레이스타일과 정체성을 확인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칠레전에는 데뷔승을 거뒀던 코스타리카전과 비교해 전술과 선수 기용면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목표로 삼았던 우리의 플레이스타일과 정체성을 유지하는데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일각에서는 칠레전에서 대대적인 선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월드컵 직후 열리는 2차례 평가전인데다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치르는 첫 A매치라는 점에서 보다 많은 선수들을 실전에 투입시켜 테스트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칠레전에서 코스타리카전 베스트11 가운데 3명만 변화를 줬다. 이 가운데 김승규 대신 골키퍼 장갑을 낀 김진현을 빼면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서는 단 두명만 교체가 된 셈이다. 전술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하면서 연속성을 강조했다. 벤투 감독은 후반 들어 지동원, 이재성, 문선민, 황인범 등을 교체 투입하면서 조커 활용폭에도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포백라인과 3선에 배치되는 더블 볼란치 등 6명의 수비라인은 코스타리카전 멤버를 그대로 유지했다. 공격진에서는 최전방에 지동원을 대신해 황의조가 투입됐고 2선 오른쪽 측면에 이재성을 대신해 황희찬이 출격한 것이 코스타리카전과 달라진 부분이다. 벤투 감독은 데뷔전인 코스타리카와의 맞대결에 대해 경기 결과 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합격점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이미 비디오 분석과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특징과 장단점을 파악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굳이 A매치에서 확인하지 않아도 선수들의 기량을 충분히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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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의 손흥민이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코너킥을 준비하고있다. 2018.09.11.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강호를 상대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 벤투호
칠레는 2018러시아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로 남미에서도 손꼽히는 강호다. 특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아르투로 비달을 중심으로 한 미드필드진은 세계 정상급으로 평가받는다. 벤투 감독은 칠레의 골문을 열기 위해 아시안게임 3총사 카드를 꺼냈다. 공격진에서 황의조와 양 날개에 배치한 손흥민과 황희찬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이들은 아시안게임부터 한달간 한솥밥을 먹어왔기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 좋은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잦은 위치 변화와 빠른 패스 게임을 통해 좋은 장면을 만들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기회마다 마무리에서 아쉬움을 남기면서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벤투호’는 칠레전에서 코스타리카전과 달리 수비 뒷공간으로 날카롭게 찔러 들어가는 패스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칠레가 최전방부터 강하게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한국은 수비진영에서 전반에 수비수들이 상대 압박에 당황해 2~3차례 볼처리를 미숙하게 하면서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더구나 아랑기스, 메델, 비달로 이어지는 칠레의 중원 3총사는 수비시에 한국 선수들이 안정된 자세에서 패스를 하지 못하도록 효과적인 수비를 펼쳤다. 그 결과 최전방으로 이어지는 날카로운 킬 패스의 시도가 쉽지 않았다.

코스타리카전에서 보이지 않았던 문제점도 드러났다. 우선 수비수들의 빌드업에서 허점이 여러차례 보였다. 벤투 감독은 “공격은 공격수만 하는게 아니다”라면서 수비수들의 공격 빌드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GK 김진현이 골 킥을 시도할 때 중앙수비수인 장현수와 김영권이 골라인 인근까지 내려와서 볼을 전달받아 빌드업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패스 플레이가 상대 압박으로 인해 원활하지 않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우리 진영에서 볼을 쉽게 뺏겨 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기도 했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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