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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과학을읽다]얼지 않는 바다와 수도관 동파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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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얼음은 왜 물속은 얼지 않고 수면 위에만 어는 것일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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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기온이 영하로 떨어졌습니다. 영하의 기온이 일상화되면 한강물이 어는 것이 뉴스가 되기도 하지요. 한강이 언다는 소식과 함께 수도관이 얼어서 파손됐다는 소식이 보도 되기도 합니다.

한강물이 언다는 것은 강물의 수면이 어는 것입니다. 강물의 속까지 얼지는 않습니다. 왜 강물의 수면만 어는 것일까요? 그리고, 튼튼한 수도관이 언다고 파손될까요? 그리고, 바닷물은 어지간한 추위에도 얼지 않습니다. 극지방에서나 얼어붙은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바닷물은 왜 얼지 않을까요?

물은 0℃ 이하(영하)에서 고체인 얼음으로 변하고, 100℃ 이상에서는 기체인 수증기로 변합니다. 그 사이의 온도에서는 액체인 물과 증발해 수증기가 된 기체가 함께 존재합니다. 물은 뜨거울수록 가볍고 차가울수록 무겁습니다. 뜨거워지면 팽창하고, 차가워지면 수축하는 성질을 가졌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물의 독특한 성질 중 하나가 차가워지면 수축하지만 얼면 팽창한다는 사실입니다. 물은 온도가 0℃일 때까지 계속 수축해 얼음으로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4℃까지는 수축하지만 4℃보다 차가워지면 다시 부피가 팽창하면서 얼음이 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온도가 높은 물이, 온도가 낮은 물보다 항상 가벼운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4℃의 물이 2℃의 물보다 더 무거운 것이지요. 이는 '물의 밀도' 때문입니다. 어떤 물질의 단위 부피당 질량이 밀도입니다. 온도가 올라가면 물질의 부피는 증가하지만, 질량은 일정하기 때문에 그 물질의 밀도는 작아집니다.

물의 밀도가 가장 높아지는 온도는 4℃, 정확하게는 3.98℃입니다. 이때 물의 밀도는 ㎥당 1000㎏인데, 얼음의 밀도는 917㎏/㎥입니다. 물이 얼면서 밀도는 9% 정도 작아지지만, 부피는 9% 정도 증가합니다. 밀도는 질량에서 부피를 나눈 값과 같기 때문에 질량이 일정한 상태에서 밀도가 줄면, 부피는 늘어날 수밖에 없지요.

이 때문에 밀도가 낮은 얼음이 물에 뜨게 됩니다. 얼음이 수면 위로 올라와서 어는 이유입니다. 만약 물이 차가워질수록 무거워지기만 한다면, 겨울에 물속은 점점 차가워져 차가운 물일수록 바닥으로 향하고 덜 차가운 물은 수면에 가까워지겠지요? 그러다가 더 추워지면 어떻게 될까요?

얼음이 물속부터, 바닥부터 얼게 되겠지요. 얼음이 물속에 있고, 그 위에 물이 있는 상태가 되면 스케이팅이나 얼음을 뚫고 빙어를 잡는 겨울낚시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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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잘 얼지 않는 것은 염분과 파도 때문입니다. 사진은 극지방에서 바다위 얼음을 깨며 나아가는 쇄빙선 아라온호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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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종종 수도관이 얼어서 터졌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정확하게는 얼어서 터진 것이 아니라 수도관 속에 흐르는 물이 얼면서 팽창해 터진 것입니다. 병속을 꽉채워 물을 얼리면 병이 깨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물이 얼면서 부피가 커져서 그런 것이지요.

그래서 수도관의 동파를 막기 위해서는 사용하지 않을 때는 수도관 속의 물을 다 빼놓거나 수도관을 보온테이프 등으로 감싸 얼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바닷물이 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닷물이 얼지 않는 것은 염분과 파도 때문입니다. 바닷물에는 2.5~3% 정도의 염분이 들어 있습니다. 염분 때문에 바닷물의 어는점은 영하 1.9℃ 정도로 내려가는데다 밀도가 가장 클 때의 온도도 4℃가 아닌 어는점 부근입니다.

어는점 부근의 차가운 바닷물은 계속해서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습니다. 대양 대류 대순환(Oceanic Conveyor Belt)이 일어나고, 북극해 밑바닥의 해수 온도가 4℃보다 훨씬 차가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소금은 녹기 위해 주위에서 열을 많이 빼앗아 주위 온도를 낮추기도 합니다. 그러나 소금이 녹은 바닷물은 소금에 포함된 잘 얼지 않는 성질의 염소 성분 때문에 왠만해서는 잘 얼지 않습니다. 게다가 출렁거리는 파도가 액체가 고체로 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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