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49321678 0352018120649321678 07 0712002 5.18.15-RELEASE 35 한겨레 40750589

“100년 서점 꿈 이루려 시 전문서점과 동거 결심했죠”

글자크기
【짬】 동양서림 최소영 대표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간 서점으로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됐을 겁니다. 요즘 독립서점들이 하듯 서점에서 낭독회도 하고 독서모임도 열어 책방을 활성화하려고 15년 만에 리모델링을 했어요.” 서울 종로구 혜화동 로터리에 자리한 동양서림 최소영 대표의 말이다. 공사를 마치고 지난달 7일 재개점한 뒤로 벌써 세 차례나 작가 낭독회 등의 이벤트를 치렀다. 기자가 찾은 4일 오후엔 한강 작가가 독자 20명과 책방에서 만났다.

동양서림은 올해 65년이 됐다. 고 장욱진 화가의 부인 이순경(99) 전 대표가 1953년 혜화동 골목길 모퉁이에서 시작해 1년 뒤 지금의 대로변으로 자리를 옮겼다. 가정 경제에 도통 무관심한 남편을 대신해 아내가 생활 전선에 뛰어든 것이다. 이 전 대표는 1987년 33년 동안 함께 서점을 지켜온 직원 최주보씨에게 서점을 넘겼다. 2004년 서점은 3대 대표를 맞았다. 바로 최주보 전 대표의 딸인 소영씨다.

한겨레
서울시는 5년 전 이 유서 깊은 책방을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시가 리모델링 공사비 일부인 1500만원을 지원해주었죠.” 수리 전에는 1층 25평 넓이의 책방이 서가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마치 가정집 서재 분위기다. 책을 고르는 도중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긴 탁자와 흔들의자도 놓았다. “책은 절반 정도로 줄였어요. 커피도 팔 계획입니다.” 더 큰 변화는 이전에 창고와 사무실로 쓰이던 2층에 시집 전문서점이 들어섰다는 것이다. 1층과 2층은 중앙 나선형 계단으로 연결된다. 2년 전 신촌에 첫 시집 전문서점 ‘위트 앤 시니컬’을 열어 화제를 모은 유희경 시인이 서점을 동양서림 안으로 옮겼다.

“시 서점이 카페 안에 있었는데, 카페 운영이 어려워져 옮길 수밖에 없었어요.”(유희경) 둘의 가교 구실은 황인숙 시인이 맡았단다. “동네 책방과 전문서점이 한 자리에 있으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최소영) “신촌과 혜화동이 떨어진 편이라 기존 독자 유치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건축사인 최 대표의 남편께서 제게 던진 한마디에 바로 결심했죠. ‘100년 서점을 꿈꾼다’고 하셨어요.”(유희경)

한겨레

한겨레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리모델링에도 녹이 슨 서점 간판은 여전하다. “안이 확 바뀌었는데, 바깥까지 손을 대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서점 외부 벽돌이나 내부 기둥에 있는 시간의 흔적들도 그대로 드러냈다. “서점의 역사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온라인의 공세가 본격화하기 전인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서점은 그런대로 돌아갔다. 이 전 대표는 서점 땅을 사서 건물까지 올렸다. 하지만 서점 창립자 이 전 대표와 최 대표는 단순히 건물주와 임대인의 관계 만은 아니다. “할머니가 서점에 대한 애착이 강하세요. 동네 서점이 문을 닫고 있다는 기사를 보시곤 직접 전화를 해서 ‘동네 책방이 어려워서 어떻게 하니, 커피라도 팔아보라’고 걱정해주시기도 하셨죠.” 그는 요즘 할머니가 많이 편찮아 걱정스럽단 말도 했다. 어린 시절 동양서림은 최 대표의 놀이터였단다. “책을 보며 놀았죠. 대학교 다닐 때는 책방에서 알바를 했어요.”

서점의 지속을 바라는 건물주가 임대료 부담을 크게 지우진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동네 책방 운영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요즘 한 달 정산을 하면 제 용돈 정도 남더라고요. 2010년 이후 4년 동안은 매해 매출이 20%씩 떨어졌어요.” 매출 하락세는 일단 2015년에 멈췄단다. “종로구 동네서점들이 구청과 협약을 맺어 관내 도서관에 책을 납품하고 있어요. 꽤 도움이 됩니다. 다른 자치구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1953년 장욱진 화가 부인 문 열어
창립자 이순경씨 권유로 부친 인수
2004년부터 부친 이어 운영 맡아


최근 편한 서재 분위기로 리모델링
유희경 시인의 시 전문서점 2층 입주
“이웃들과 책 읽고 이야기도 나눌 터”


‘위트 앤 시니컬’은 대형서점보다 많은 1600종의 시집이 있다. 자체 기획 시집을 만들어 낭독회를 하기도 한다. 이 시집은 서점에서만 살 수 있다. 지난 2년 서점 스스로 기획한 낭독회만 33차례다. 유 시인은 김소연 시인과 함께한 첫 낭독회 때의 기쁨을 이렇게 표현했다. “ 마흔 명의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것을 보면서 얼마나 떨었는지 몰라요. 무료이고 시인과의 대화 위주인 기존 낭독회와 달리, 유료 2만원이고 오직 시만 읽는다는 저의 기획이 첫선을 보인 자리였죠. 무사히 마치고 계속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기쁨은 어마어마했어요.

최 대표는 이런 시인의 기획력을 높이 샀다고 했다. “제가 수줍어하는 성격이어서 행사 진행이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유 작가는 그런 일에 능숙하죠.” 두 서점의 동거가 시작된 지 3주가 지났다. “아직 시너지 효과는 없는 것 같아요. 동네서점은 유치원생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고객이 다양해요. 시 서점은 20대 30대 여성이 주고객이더라고요. 아직 서로 연결이 되고 있지는 않아요. 시간이 필요하겠죠.”

한겨레

최 대표가 꼽는 최장 단골 고객은? “근처에 허영자 시인이 사세요. 자주 들르시죠. 공사가 끝난 뒤에도 직접 꽃 화분을 가지고 오셨더라고요. 책 정리가 끝난 뒤엔 동네 사람들을 모아 같이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요.”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 신뢰도 1위 ‘한겨레’ 네이버 메인에 추가하기◀] [오늘의 추천 뉴스]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 [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