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반대로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대상기업에는 총수 2·3세들이 집중적으로 이사로 올라와 있다. 그 비율이 무려 65.4%에 달한다. 특히 총수 2·3세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중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과 사각지대 회사는 75.3%에 이른다. 책임경영보다 승계 지원에 몰두하는 재벌행태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는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돼왔다. 재벌들의 뿌리 깊은 관행이다. 그래서 공정위는 2014년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도입했다. 그런데 규제 대상 회사들의 내부거래 규모는 2013년 12조4000억원에서 규제 시행 직후 7조9000억원으로 떨어졌다가 2017년 14조원으로 뛰었다. 규제 전보다 일감 몰아주기 행태가 늘어난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는 중견기업까지 만연해 있다. 최근 경제개혁연구소가 자산 5조원 미만 10개 그룹을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대상 기업 전부에서 일감 몰아주기 의심사례가 적발됐다. 중견기업집단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가 일반화됐지만 현황파악이 쉽지 않아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고 한다.
공정위가 최근 공시대상 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자 재벌들은 “규제 때문에 기업활동을 하지 못하겠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통해 재벌들은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노력보다 승계지원을 위한 편법에 몰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감 몰아주기는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에까지 일반화된 것으로 드러난 일감 몰아주기가 횡행하는 한 건전한 기업 생태계 조성은 불가능하다. 재벌들은 규제를 탓하기에 앞서 회사를 책임지고 경영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 차제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사각지대가 없는지도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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