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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사설] 金 답방 날짜도 일정도 깜깜이, 이래서야 비핵화 논의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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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관련해 "지금까지 북한으로부터 연락 온 게 없다. 언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번 주일 수도, 아닐 수도 있고 당일치기일지 혹은 그보다 길어질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면서 "갑자기 온다고 결정되면 프레스센터 없이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저희도 어떻게 준비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앞서 청와대 비서실장은 "북측과 전화가 되면 이렇게 답답하지는 않을 텐데…"라고도 했다. 김정은이 정말 답방 여부를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답방과 날짜도 결정됐지만 김정은의 경호 과민증 때문에 연막을 치는 것일 수도 있다. 평양 회담 때처럼 깜짝 쇼를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 당시 정부는 마지막 날 일정을 모른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백두산 방문을 사전 준비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정상회담의 임박 여부조차 답하지 못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청와대 설명대로 모든 일정을 비워놓고 무작정 김정은의 결정을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라면 정작 중요한 비핵화 회담 내용도 이렇게 깜깜이 아닌가.

6월 싱가포르 미·북 회담 때는 한 달 전에 날짜·장소가 공식 발표됐다. 가장 기본적인 일정조차 확정을 못한다면 의제 논의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지금 같은 식이라면 어느 날 갑자기 김정은이 내려와 '깜짝쇼·이벤트'만 벌이고 '비핵화'라는 본질은 또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답방은 언젠가는 이뤄져야 할 일이다. 남북 정상이 서울과 평양을 왕래하면 신뢰 구축과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북핵 폐기가 되지 않으면 이 모든 것은 한낱 신기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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