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그건 순전히 운(運) 덕이다. 강릉역을 출발한 지 5분여밖에 안 돼 오르막 구간을 시속 100㎞ 속도로 달리던 도중 사고가 발생했다. 만약 시속 200㎞ 넘는 속도로 달렸거나 다리 위에서 탈선 사고가 났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끔찍한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잇따른 철도 사고로 경고음이 충분하게 울렸는데도 결국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난달 19일 서울역에 진입하던 KTX 열차가 보수 공사 중인 포클레인을 들이받더니 그다음 날엔 오송역 단전 사고로 경부선 KTX가 열 시간 이상 멈춰 섰다. 분당선 운행 중단, 대구역 열차 고장 사고 등 최근 3주간 하루걸러 한 번씩 발생한 10건 열차 사고가 모두 코레일 사고였다. 정부와 코레일이 엉뚱한 곳에 정신을 팔고 있는 것 아닌가.
정부 관계자들은 늘 그렇듯 평론가처럼 말하고 있다. 사고 이틀 만에 현장에 나온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런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게 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남 얘기하듯 했다. 그는 "남북 철도를 연결하겠다는 큰 꿈들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철도 사고가 잦아 "민망스럽다"고도 했다.
운동권 출신인 오영식 코레일 사장 역시 취임 이후 남북 철도 연결과 비정규직 승무원 복직, 철도 경쟁 체제를 허무는 SRT 재통합 등 철도 안전보다는 친정부, 친노조 정치에 몰두해왔다. 오 사장뿐 아니라 현 정부가 임명한 코레일 비상임이사 넷 중 두 명은 민노총 출신이고, 한 명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부동산정책을 맡았던 인물이다. 코레일 역사 내 편의점·카페를 운영하는 코레일유통과 역사 시설 관리·발권 업무를 하는 코레일네트웍스 등 코레일 계열사에도 문 대통령 인터넷 팬 카페 운영자, 영어학원장 출신 등 철도 비전문가들이 수두룩하게 앉아 있다. 하루 10만명이 이용하는 KTX 안전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런 비상식적인 일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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