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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KT화재사고'로 발화된 땅 속 케이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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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SKB 등 경쟁사 "필수설비 공용 활성화됐더라면 복구 빨랐을 것" vs KT "전혀 무관한데..오히려 더 위험" ]

머니투데이


“필수설비 공동활용 많았더라면…” Vs “설비 공용화가 재난시 더 큰 화가 될 수 있다.”

KT 아현지사 화재사고의 불똥이 땅속 통신관로 공용(공동활용) 제도로 튀고 있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은 KT가 통신 설비 공용에 보다 적극적이었다면 화재 후 피해 복구 속도가 빨랐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KT는 필수설비 공용이 늘어나면 재난 시 오히려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반박한다.

양측이 안전한 통신망 관리대책을 명분으로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5G(5세대 이동통신) 필수설비 이용대가 기준 발표를 앞두고 우위를 점하기 위한 통신사들의 힘겨루기가 깔려 있다.

◇전국 관로 72%가 KT…“옆 가게 다른 통신사 결제망 썼다면...” =아현지사 화재사고처럼 향후 통신 대란을 방지하기 위해선 정부와 KT가 통신 필수설비 공용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이 나오고 있다. 주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경쟁사 진영에서다.

필수설비란 건물과 가정에 통신선을 깔기 위해 필요한 광케이블, 관로 등을 말한다. 신도시라면 몰라도 기존 구 시가지에선 지하 매설물 포화·도시정비 등을 이유로 추가 선로공사가 쉽지 않다. KT만 입장이 다르다. 과거 공기업(한국통신) 시절 선로를 다량 확보해놨다. 2015년 말 기준 KT의 국내 전체 관로 보유 비중은 72.5%에 달한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13.4%, LG유플러스는 9.6%에 불과하다. 정부가 2003년 KT를 필수설비 의무제공 사업자로 지정한 것도 그런 이유다. 공정 경쟁을 유도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제껏 설비 공용화에 KT가 소극적으로 일관해왔다는 게 경쟁사들의 주장이다.

이번 화재로 피해가 컸던 신촌이나 홍대 등은 대체로 KT 관로가 깔려 있는 상가들

이다. 아현동 등 구도심 지역의 경우 큰 도로까지는 타 사업자의 인터넷 회선이 함께 들어오지만 골목 구석구석까지 케이블을 연결하는 인입관로는 KT 소유다. 지역 내 유선전화와 카드 결제망을 KT가 과점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보니 피해도 피해지만, 피해복구조차 쉽지 않았다는 게 경쟁사들의 주장이다. 이를 두고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지난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입로 구간만이라도 필수설비를 공동활용했더라면 옆 가게는 카드결제가 가능해 사고 피해를 줄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수설비 공용 제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이유는 많지만 경쟁사들은 비현실적인 이용대가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가령 현재의 규정으로 KT 인입관로를 빌리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건물은 이용자가 6명 내외인 곳이 대부분인데 초고속 인터넷 1회선 요금은 월평균 2만원인데 비해 인입관로 이용대가는 2만5000원에 달한다”며 “주택이나 건물에 입주해 있는 이용자는 타 통신사 유선망으로 우회하거나 대체할 수 없어 KT의 통신망 복구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 푸념했다. 때문에 재난 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KT의 필수설비 이용대가 인하가 필수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공동활용과 재난방지는 전혀 무관”…오히려 분리가 안전= 이같은 주장에 KT는 발끈하고 있다. 이번 화재는 국사 내 통신구에서 발생한 사고이지, 국사와 가입자를 잇는 인입관로와는 무관한데도 경쟁사들이 이용대가 인하 명분으로 악용한다고 항변했다.

설비 공용화는 특정 구간에서 하나의 관로를 여러 사업자가 공유하는 것이 기본이다. 만약 이번에 공용설비에서 문제가 발생했더라면 모든 유선망이 동시 먹통이 돼 피해가 확대됐을 것이라는 게 KT의 주장이다. 농촌이나 산악지역의 경우 설비를 공용화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지만 이용자 수가 많은 도심은 각 사업자별로 유선망을 따로 확보하는 것이 재난 시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얘기다. 장애 발생 시 로밍 등의 방법을 통해 다른 통신사 망을 우회망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KT 관계자는 “통신 공사원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오히려 KT의 의무설비 이용 대가는 원가 이하로, 타 사업자들이 요청한 건에 대해 KT가 의무 설비를 제공한 제공률은 지난해 기준 97.3%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지난 4월 5G 시대를 맞아 필수 통신설비 범위를 확대하는 제도 개선안을 발표한데 이어 개선안에 따른 이용대가 기준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김주현 기자 n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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