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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 일자리는 줄이고 세비는 올린 ‘나눠먹기’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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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8일 새벽 본회의 의결을 거쳐 469조6,000억원의 새해 예산을 확정했다. 정기국회 마감(9일)을 넘기지 않았지만 법정 처리 시한(2일)을 훌쩍 넘긴 것은 물론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래 가장 늦은 예산안 처리 기록이다. 선거제 개혁 등의 정치 공방으로 예산안이 파행 처리된 것도 문제지만 어느 때보다 심했던 졸속ㆍ밀실 합의로 내년 국가 재정과 민생이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일자리 예산의 감소와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의 증액이다. 정부는 당초 청년층 실업 등 심각한 고용난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보다 22% 늘어난 23조4,500억 원의 일자리예산을 편성ㆍ제출했으나 국회는 6,000억 원을 감액했다. 내년 청년 및 저소득층의 취업ㆍ구직 지원활동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다. 반면 토목공사를 줄이겠다는 방침에 따라 전년보다 14.4% 축소 편성됐던 SOC 예산은 국회가 오히려 1조2,000억 원을 늘렸다. 심각한 고용난 속에서 취약계층 일자리는 외면하고 지방 토건족의 배만 불리는 토목공사에 집착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운 결과다.

특히 증액 심사과정에서 정치권 실세들의 지역구 민원이 상당수 반영돼 ‘밀실 예산’이라는 비판을 부추기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세종시에는 국립세종수목원 조성 비용으로 정부안(303억원)에 버금가는 253억원의 추가 예산이 배당됐으며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및 여야 예결위 간사에게도 많게는 수십억 원의 지역구 예산이 증액됐다. 예산 통과 직전까지 지역구 민원이라며 SOC 예산을 끼워 넣은 ‘쪽지 예산’의 구태가 재연된 것이다. 여야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회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소(小)소위’로 심의를 넘길 때부터 졸속 처리는 뻔한 수순이었다.

20대 국회는 출범과 함께 쪽지 예산 근절을 다짐했지만 정치권의 나눠먹기 관행은 달라진 게 없다. 올해는 밀실에서 ‘짬짜미 예산’을 심의하는 것도 모자라 2년 연속 국회의원 세비를 1.8%씩 올리는 예산안도 통과시켰다. 국민의 혈세를 쌈짓돈 정도로 생각하는 구태를 언제까지 반복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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