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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팀장칼럼] 광주형 일자리, 현대차는 양보할 처지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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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역시나 안될 일이었다.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 공장 설립사업(이하 광주형 일자리 공장)에서 발을 빼는 수순을 밟고 있다. 현대차는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임단협 유예 조항’이 삭제되자, 수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초강수를 뒀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형 일자리 공장 조인식에 참석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현대차의 반대로 막판에 행사 자체가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 같으면 대통령 참석 행사를 기업이 취소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지금 현대차가 남 생각할 처지는 아니다. 올해 영업이익률이 1%대로 떨어졌고,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점유율 하락세도 계속되고 있다.

사실 국내에서 완성차를 생산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국내 완성차공장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해외공장보다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인건비 대비 낮은 생산성, 이른바 ‘고비용 저효율’ 생산구조 탓이다. 자동차 산업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HPV(Hours Per Vehicle. 자동차 1대당 투입시간)가 국내 공장은 26.8시간인데 비해 미국공장은 14.7시간에 불과하다. 동일한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데 한국에서 12.1시간이 더 걸린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5%에 육박한다. 현대차가 경쟁사로 두는 토요타(6%대), 폴크스바겐(9%대) 등과 비교하기가 어려운 수준이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 공장에 뛰어든 이유는 반값 임금과, 임단협 유예 조항 때문이다. 특히 임단협 유예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노조의 괴롭힘을 5년간 피할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다. 임단협 유예 조항이 삭제된것은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 공장에 참여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 44시간 근무, 단체협약 5년 유예 같은 안을 만들어 현대차에 투자를 요청한 것은 광주시였다. 광주시 혼자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온 국민과 사회가 원하고 있다며 연일 외치고 있지만, 사실 현대차와 노동계는 오래전부터 이 조항을 두고 큰 이견차를 보여왔다.

광주시는 애초부터 메울 수 없었던 양측의 차이를 좁히기보다 일자리 창출 효과와 사업성이 좋다며 여론전에만 매진했다. 막판에는 수정안을 제시하며 현대차의 양보를 대놓고 요구하기도 했다.

광주형 일자리의 기본 개념은 고임금 제조업인 완성차 공장을 짓고 임금을 절반으로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이대로 성공하면 완성차회사는 고비용·저생산 구조를 개선하고, 광주시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상생모델로 거듭날 수 있다.

광주시가 말한 대로 경쟁력이 있는 사업이라면, 현대차에만 목을 맬 필요가 없다. 현대차 말고 한국에서 잘 팔리는 메르세데스-벤츠나 BMW를 유치하면 된다. 특히 벤츠의 경우 완성차공장을 두고 있는 르노삼성과 한국GM 못지 않게 국내에서 많은 차를 팔고 있다.

외국기업에는 제안서 하나 보내지 못하면서, 국내 기업 팔만 비틀어 양보를 얻어내기에는 현대차 상황이 너무 좋지 못하다.

김참 사회부장(pumpkin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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