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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10전 11기로 탄생한 프리랜서 마켓 ‘크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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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몽’은 누적 투자금만 300억 원이 넘는 국내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이다. 디자인, 마케팅, 컴퓨터 프로그래밍, 번역, 문서작성, 레슨 등 다양한 분야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놀라운 점은 이 서비스는 박현호 대표의 11번째 사업 아이템이라는 점이다. 1997년 쇼핑몰 창업을 시작으로 연달아 서비스를 운영하고 실패해 온 그는, 그 때마다 사업의 인사이트를 키워 왔다. 이후 11번째, 그동안 경험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크몽을 설립, 운영 중이다.

5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창창한 콘페스타’에서 박현호 대표는 “앞에 놓인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온 게 크몽의 성공 비결”이었다고 설명했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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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10등급에서 1등급이 되기까지 7년… 재도전 창업 이야기

창업을 처음 시작한 건 1997년 겨울이었다. 쇼핑몰 오픈 이후 PC방 관리 프로그램, IT기기 쇼핑몰, 크몽까지 총 4개 회사를 운영해봤다. 자잘하게 운영해본 것까지 합하면 11개다. 당연히 신용이 좋을 리가 없었겠지. 크몽으로 재기한 지 4년째다. 그 사이 40만 명의 회원이 즐겨 사용 중인 서비스로 성장했다.

사용자가 많다고 수익화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첫 번째 창업 실패 이유

첫 창업 당시 대학 주변에 PC방이 많았다. 직원이 도와주지 않으면 게임 하기가 어려웠던 게 눈에 들어왔다. 사용자 가이드용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저가 늘면 자연히 광고로 인한 수익이 생길 거라 믿었다. 학교 지인들과 숙식하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후 발로 뛰며 700개를 설치했다. 사용자는 어느 정도 확보 했는데 광고는 들어오지 않았다. 첫 번째 창업은 그렇게 실패로 돌아갔다.

두 번째 창업 실패 이유, 닷컴버블과 흥망성쇠를 함께 했다.

두번째 창업은 미국의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급부상할 때 했다. 흐름에 맞춰 전자 기기를 파는 쇼핑몰을 열기로 했다. 그땐 닷컴버블의 열기가 뜨거웠다. 각종 ‘닷컴회사’는 웬만하면 투자 받던 시절이다. 테헤란로에 입성했고 물류센터를 구축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문제는 매출만 일어날 뿐 영업익이 많지 않았다는 거다. 닷컴버블이 꺼지며 우리의 사업도 같이 무너졌다.

세 번째 창업 실패 이유, 콘텐츠 저작권 이해가 없어서

이종격투기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중계해 보겠단 생각이 들었다. 지인과 일본에서 방송되는 것을 위성으로 인코딩해 만들었다. 이 서비스로 돈을 벌고 난 뒤 다른 프로그램으로 확장하겠다는 꿈도 키웠다. 그러다 전화를 받았다. 한 격투기 단체 부사장으로부터 온 전화였다. 불법 서비스이니 신고하겠다고 했다. 저작권에 대한 생각을 못 했던 것이다. 결국 사이트는 닫았다.

모든 걸 내려놓고 귀향해서 ‘크몽’을 만들다…사업의 관점을 바꾸다.

P2P 게임 아이템 거래사이트, 중고물품 판매 사이트, 수공예 마켓 플레이스, 맛집 리뷰 사이트 등 ’크몽’이라는 이름의 다른 서비스를 만들어봤다. 모두 잘 안 됐다. 급기야 서울살이도 어려워져 고향으로 내려갔다.

거기서 일년 반 정도 칩거하며 서비스만 만들었다. 사업적 관점이 바뀐 때다. 그전에는 빨리 잘돼야 한다는 초조함이 있었지만 좀 길게 생각을 했던 시기다. 물론 상황을 전환할 아이템을 빨리 찾고는 싶었다. 하지만 편법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을 앞선 사업에서 배웠다. 그런 사업을 하지 말자고 결심했다.

대중이 좋아하는 것을 것을 찾다.

지속적인 사업성을 위해서는 많은 이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주제를 찾아야 했다. 정말 많은 기업을 벤치마크했다. 일 하는 시간보다 좋은 기업을 찾아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렇게 찾았던 아이템 중 하나가 ‘재능기부’였다. 이스라엘엔 ‘파이버’라는 서비스가 있었다. 5달러에 필요한 것을 만들어준다는 게 취지인 사업이었는데, 처음에는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트래픽은 높아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국내에 ‘5천원.co.kr’ 이란 사이트가 있는것을 발견했는데, 알아보니 개발자가 없어서 더 발전을 못 시켰다고 하더라. 그건 내가 잘 할 수 있는거라 봤다. 적은 인원이어도 서비스를 좋아하는 사람만 있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고만 판단했다. 2주 만에 만들어서 오픈했다.

작은 것 하나씩 해결하며 성장…중요한 건 ‘재미’

서비스가 바로 비즈니스로 이어진 건 아니다. ‘5천원에 노래 불러준다’, ‘상사 욕 대신 들어드린다’와 같은 이색 콘텐츠를 구경하러 온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대부분 결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사업 활성화의 신호탄은 캐리커쳐 그리기 였다. 수요가 생기면서 결제가 발생했다. 첫 목표는 100만원 벌기였다. 거래 금액 20%가 우리 수익이기에 한 달 500만 원을 채워야 했다. 1인 기업이었기에 CS도 응대하기 버거웠다. 1인 기업임을 전화 받을 때마다 솔직히 말했다. 고객은 이해해줬고 하나하나 고쳐가며 성장했다. 이후 보육 센터에도 입주했고, 제대로 사업화를 해봐도 괜찮겠다 싶어 2014년에 법인으로 전환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 발자국을 떼면 그 발자국이 보였다. 처음부터 너무 거창한 비전을 두지 않았던 게 크몽의 성장 요인이다. 당장 눈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키워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재미다. 일의 즐거움을 먼저 느껴야 가치도 생기고 성장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창업을 부와 명예의 수단으로 접근하면 힘들 수 있다. 일을 하며 얻는 즐거움, 사회 문제와 가치를 알아가는 것이 창업 및 재도전의 성공 요인이라 믿는다.

글: 서 혜인(s123@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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