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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식욕 없는데, 체중 늘고…추위는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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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내 열 발생 조절 기능 ‘갑상선 기능 저하증’ 꼭 검진을

여성은 생리주기 변화, 심해지면 치매까지 유발

헤럴드경제

겨울에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탄다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만성 피로, 식욕 부진, 체중 증가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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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방모(39ㆍ여) 씨는 유난히 다른 사람보다 추위를 많이 타 왔다. 올해는 초가을부터심한 추위를 느꼈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에도 에어컨 바람이 춥게 느껴져 카디건을 입고 일해야만 했다. 식욕이 없어 식사를 많이 하지 않는데도 체중이 오히려 늘었다. 처음에는 일시적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하지만 “몸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직장 동료의 말에 이달 초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진단 결과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었다.

겨울철 유독 추위를 많이 탄다면 건강상태를 한 번 점검해봐야 한다. 유난히 추위를 타고, 식욕이 떨어지고, 매사에의욕이 없어지면 추위 때문이 아니라 몸의 이상, 즉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여성의 경우 생리 양이 늘어=갑상선 호르몬은 정상적인 생체 활동을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호르몬이다. 주로 체내 에너지의 대사 속도를 조절해 열을 발생시키고, 장기의 움직임을 조절한다. 신체 발달과 성장도 관장,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한 어린이는 성장과 지능 발달이 지연되기도 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란 갑상선 호르몬이 잘 생성되지 않아 체내 농도가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가장 대표적 원인은 요오드 결핍으로, 자가면역성 갑상선염에서 유추할 수 있다.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재료인 요오드는 해산물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우리나라는 김, 미역 등 해조류나 젓갈류 섭취가 많아 요오드 결핍이 거의 없다.

이에 대해 신동엽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원인으로는 갑상선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갑상선 호르몬 생산이 줄어드는 일차적 경우와 갑상선에서 호르몬을 만들도록 하는 신호에 문제가 생겨 갑상선 호르몬 생산이 줄어드는 이차적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자가면역성 갑상선염(하시모토 갑상선염)에 의해 갑상선 자체에 문제가 있을 때가 가장 흔한 사례다. 갑상선을 파괴해 호르본 부족을 초래해 병에 이르게 한다”며 “수술이나 방사선 요오드 등의 치료로 갑상선에 손상을 입었을 때 또는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를 조절하는 뇌하수체의 기능 저하증이 나타났을 때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질환에 걸리면 사람마다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만성 피로, 식욕 부진, 추위에 민감, 체중 증가, 변비 등이 있을 수 있다. 피부가 건조해지고, 맥박이 느려지기도 하며 동작과 말이 느려질 수 있다. 여자의 경우 생리 주기의 변화나 월경 과다가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이 있다면 혈액 검사를 통해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신 교수는 “갑상선의 기능이 저하되면 여성은 생리 양이 증가하기도 한다”며 “통상 대사 이상이 생겨 피로하거나 몸이 붓고 추위를 많이 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능 저하가 심할 때에는 의식이 떨어지고 말씨가 어눌해지며, 변비나 근육통이 동반된다”며 “겉으로도 변화가 눈에 띈다. 모발과 피부가 거칠어지고 목 부위에 갑상선이 크게 만져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호연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도 “갑상선 질환이 의심되면 정확한 호르몬 수준을 측정해 질병에 대한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며 “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통해 쉽게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여자에게 많이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48만8606명 중 41만3474명이 여성으로, 남성에 비해 5.5배 이상 많았다.

방치하면 치매까지 유발=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경우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 치료하게 된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약의 용량은 사람마다 다르다”며 “복용 시작 후 1~2 개월마다 혈액 검사를 해 적정한 용량을 맞추고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증상이 없고 혈청 갑상선 호르몬은 정상이지만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만 증가한 무증상 갑상선 기능 저하증도 잇다. 이때 환자가 갑상선 기능이 태아의 성장 발달에 매우 중요한 임신부라면 꼭 치료해야 한다.

요오드가 풍부한 김, 미역 등 해조류를 많이 먹더라도 오랫동안 갑상선 기능 질환을 앓았다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신 교수는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면 주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하며 지켜본다”면서도 “오랫동안 증상이 지속되면 갑상선 조직이 이미 일정 수준 이상 파괴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다른 전신 증상과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갑상선 호르몬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호르몬 보충 요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상이 없다고, 바쁘다고 치료를 미루면 자칫 위험해질 수 있다. 신 교수는 “갑상선 호르몬이 많이 부족해지면 단순히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넘어 심장, 콩팥 같은 중요한 장기의 기능이 떨어진다”며 “방치하면 저체온증, 전해질 이상 등을 동반한 혼수 상태로 진행될 수도 있다.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때에는 혈액 검사를 통해 갑상선 기능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도 “이 병을 방치하면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 합병증뿐만 아니라 여성의 경우 불임은 물론 태아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일상에서는 요오드가 갑상선 호르몬 생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미역, 다시마 등 요오드가 함유된 해조류를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심하지면 치매가 유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최근 각종 연구를 통해 이 병이 콩팥 기능 저하나 치매, 우울증 같은 신경계 질환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고지혈증, 동맥경화,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도 높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의 나이와 동반 질환에 따라 적절한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다르다”며 “상황 변화에 맞춰 갑상선 호르몬제의 용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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