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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0년 공공임대, 정부 “감정가” 입주민 “상한제”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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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분양전환 앞두고 대책 발표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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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금액’으로 최종 확정

분양 포기 땐 최장 8년 임대 연장

자금 마련 감안 저리 대출 제공도


내년 7월부터 분양아파트로 전환될 10년 공공임대주택 12만여 가구의 분양전환 가격이 ‘감정평가금액’으로 최종 확정됐다. 가격 급등지역내 물량 3만가구 중 85㎡(전용면적) 이하로 분양전환 가격이 5억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최장 10년간 분할 납부토록 하고, 장기저리 대출도 지원한다. 분양 전환을 포기하는 입주자들은 자격조건에 따라 최대 8년간 임대가 연장된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10년 임대주택 분양전환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공공주택 특별법’ 등 관련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올해 안에 입법예고키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국토부가 분양전환 가격으로 정한 감정평가금액은 시세의 80~90% 수준으로 10년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들이 원하는 ‘건축 및 토지비+비용+적정이윤’과는 거리가 멀다. 입주자 모임인 전국LH중소형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는 “정부가 LH 등 사업자의 배만 불려주고, 서민들을 거리로 내몰려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연합회는 오는 22일 청와대 앞에서 적정 분양가 산정 촉구를 위한 2차집회를 열기로 했다.

■ ‘원칙’ VS ‘동등 대우’

갈등의 시작은 아파트 가격 급등이다. 2009년 판교신도시 입주 당시 분양아파트의 3.3㎡(평)당 평균 분양가격은 1300만원 수준이었다. 분양전환을 8개월여 남긴 현재 판교아파트 가격은 평당 3000만원에 이른다. 평당 1700만원에 달하는 ‘아파트 가격 상승분’을 놓고 ‘원칙’과 ‘동등한 대우’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10년 공공임대 입주민들은 “공공주택에 조성된 다른 아파트와 동등하게, 분양가상한제에 따라 분양전환 가격을 산정해달라”고 요구한다. 김동령 전국LH중소형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회장은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분양가격은 건설원가에 비용을 더한 가격”이라며 “우리는 여기에 ‘사업자의 적정이윤’까지 양보할 수 있고 5년, 10년간의 전매제한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5년 공공임대도 ‘건설원가+감정평가액의 산술평균’과 ‘산정 가격에서 감가상각비를 뺀 금액’ 중 낮은 가격으로 정한다”며 “유독 10년 공공임대만 감정평가금액으로 정하는 것은 ‘10년 동안 집 걱정 없이 살다 보면 내집이 된다’는 당초 약속과도 멀고, 서민들을 내쫓고 그 자리에 투기꾼들을 입주시키겠다는 발상이다”라고 말했다.

국토부 “계약서·공고 원칙대로”

입주자 “공공주택과 동등 대우를”


국토부는 입주자들의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토부는 분양전환 가격을 ‘2개의 감정금액 산술평균’으로 확정했다. 국토부의 원칙은 10년 공공임대 입주 당시 사업자 공고 및 임대차계약서에 따른 것이다. 입주 계약서를 보면, ‘분양전환 가격은 분양하기로 결정한 날을 기준으로 2인의 감정평가업자가 평가한 당해 주택의 감정평가금액의 산술평균금액으로 산정한다’고 못 박혀 있다.

국토부는 입주자들이 이야기하는 ‘동등 조건’도 국민정서에 꼭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판교신도시 청약 당시 분양아파트는 청약경쟁률이 ‘수십~수백 대 1’에 달한 반면,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전용 85㎡ 초과 일부 평형은 미계약되면서 선착순 분양까지 됐다는 것이다. ‘바늘구멍’을 뚫고 입주한 사람과 같은 잣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힘없는 분쟁조정위, 진통 불가피

정부 대책을 보면, 분할납부와 함께 무주택자이면서 전용 85㎡ 이하에 사는 임대전환 신청세대에 한해 장기저리의 대출을 지원한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70%, 소득대비총부채상환비율(DTI)은 60%다.

임차인이 분양전환을 포기하면 최장 8년간 임대기간이 연장된다. 무주택자이면서 전용 85㎡ 이하 임차세대가 “임대 연장 종료 시 분양전환 받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면 4년간 임대기간이 연장되고, 영구임대주택 입주자격을 갖추면 최대 8년간 살 수 있다. 대상주택은 모집공고 시 주택가격 대비 분양전환 가격상승률이 ‘최근 10년간 전국 아파트 가격상승률의 1.5배 초과 주택’이다.

정부는 입주 전 준비기간을 종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렸다. 사업자와 입주자가 △분양전환 시기와 절차 △대금 납부방법 △주택 수선 및 보수 등을 충분히 협의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각 지자체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임대주택분쟁조정위원회’를 두어 ‘사업자-입주자 간 이견사항’ 등에 대한 조정도 가능토록 했다.

그러나 임대분쟁조정위는 분양전환 가격을 수정하거나 산정방식을 바꿀 권한이 없다. 사업자와 임차인 간 조정만 가능한 것이다.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입주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소송 등의 방법뿐이다. 국토부가 ‘골칫거리’를 지자체에 떠넘겼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동령 연합회장은 “임대전환 시 우선 분양권을 포기하라는 것은 독소조항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출도 3억원에 연리 3%면 연간 900만원을 내야 하는데,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 월 80만원의 돈은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이는 ‘집을 나가라’는 소리와 같다”고 말했다.

김종훈 선임기자 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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