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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앞둔 지난달 31일 편의점 관련 한 인터넷 카페에는 폐점을 예고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편의점 두 개를 운영해 왔으나, 위약금을 물고 그중 한 개를 폐점한다'는 내용이었다.
일하던 아르바이트생 6명도 31일부로 전부 퇴사했다. 이 점주는 '야간 운영을 안 하고 최소 인력만 고용해 인간다운 생활을 하겠다'고 했다.
이 게시글에는 '우리도 부부가 맞교대로 일하기로 했다' '요즘 같은 초고인건비에는 아르바이트생 안 쓰고 운영하는 게 정답'이라는 식의 댓글 10여 개가 달렸다. 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10여 년간 올해 12월 매출이 가장 많이 빠졌다' '인건비는 15%나 오르는데, 매출이 작년보다 20% 이상 빠져 걱정이다' 등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담긴 글도 올라왔다.
올해 들어 더욱 짙어지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호소가 수치로도 확인됐다. 지난 한 해 동안 자영업자들의 체감경기지수는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1일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자의 현재 경기판단 소비자동향지수(CSI)는 59를 나타냈다. 이는 연초인 1월에 기록했던 84에 비해 2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현재 경기판단 CSI는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을 나타내는 지수로 현재 경기 상황이 어둡다고 보는 소비자가 많을수록 지수가 하락한다.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17년 12월)를 기준값으로 해 100 이상이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자영업자들의 현재 경기판단 CSI가 연간 25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를 제외하고 최근 10년간 연초 대비 연말 자영업자의 현재 경기판단 CSI가 가장 많이 하락했던 해는 2011년이다. 당시 87에서 69로 연중 18포인트 떨어졌다.
자영업자들의 6개월 후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향후 경기전망 CSI도 역대 최악의 하락폭을 나타냈다. 지난달 자영업자의 향후 경기전망 CSI(67)는 1월(99)에 비해 32포인트 떨어졌다. 자영업자의 향후 경기전망 CSI는 1년여 전인 2017년 11~12월만 해도 110을 상회했다. 당시에는 앞으로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 자영업자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후에는 줄곧 내리막길을 면치 못하고 있다.
6개월 뒤 생활형편을 짐작해보는 생활형편전망 CSI 역시 지난해 1월 105에서 12월 89로 16포인트 떨어져 연초 대비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현재 생활형편, 가계수입전망 관련 지수도 모두 연초 대비 연말 수치가 2011년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
이처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짙어지는 원인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우세하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가뜩이나 내수경기 회복에 대한 희망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이 자영업자들의 비관적인 인식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올해 또 한 번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이미 지난해 예고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결과"라고 말했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가 전국 17개 시도 소상공인업체 120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 중 16.9%는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 후 가게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수를 줄였다. 특히 제과점(30%), 편의점(29.4%), PC방(20%) 등 최저임금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업종에서 인력 감소 폭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자영업자의 26.4%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가게 영업시간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점차 확대되자 정부는 올해부터 자영업자 등 영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2021년까지 추가로 2조원에 육박하는 부실 채무를 인수해 5만7000명을 구제하기로 했다. 이날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사업 실패자의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이런 채무 조정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캠코는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심사해 매입 채권의 30~90%까지 조정해줄 계획이다. 캠코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연대보증채무도 감면해줄 방침이다. 자영업자 재기의 가장 큰 걸림돌이 연대채무라고 판단해 정책금융기관이 보유한 연대보증채권(연체 기간 2년 이상·30억원 이하)을 매입해 감면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 또한 자영업자를 위한 '맞춤형 채무조정 제도'를 도입했다. 연체 우려 차주를 위한 '상시 채무조정제도'를 시행하고 변제능력이 없는 차주도 3년간 성실하게 상환하면 잔여 채무를 면제해 주는 '특별감면제'도 추진한다. 연체 중인 차주의 채무감면율을 29%에서 45%(2022년 목표)까지 높이고, 미소금융상품 자영업자 지원상품을 통한 재기 자금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유진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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