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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한국당 ‘지만원 딜레마’…5·18 왜곡 논란에 진상조사위원 적격성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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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보수 논객 지만원씨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5ㆍ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활동할 추천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 때문이다.

당초 한국당 지도부는 지씨를 한국당 추천위원 후보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간 지씨가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 특수부대 개입설 등을 주장해 물의를 일으킨 점을 의식한 결정이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지난 9일 지씨가 거론되는 점에 대해 “상당한 무리가 있고 이런저런 논란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말하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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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논객으로 활동 중인 지만원씨 [중앙포토]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런 판단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 10일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5ㆍ18 당시 북한군 개입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특별법에 명시한 만큼 지씨를 위원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지씨의 위원회 포함을 반대하는 것은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아도 지씨의 주장에 관심을 표하거나 공감하는 의원이 김진태 의원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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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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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국당에서 지씨를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한 것은 이종명 의원이다.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정우택 의원도 김진태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정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18년간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연구한 지씨의 주장은 막무가내는 아니다”라며 “진상조사위 포함 여부는 의원총회에서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씨를 제외하려는 지도부의 입장에 제동을 건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한국당의 이 같은 태도를 두고 최근 입당이 급증하고 있는 태극기 집회 참여자들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지씨는 진상조사위 제외 움직임과 관련해 지난 9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나경원 원내대표 자택 앞에서 지지자 50여명과 함께 시위를 벌이며 ‘실력행사’를 했다. 여기서 그는 “지만원이 나경원에게 폭언했다고 하는데 나는 ‘미친 여자’라고 했다. 그걸 XX 처리를 하니 엄청난 욕을 한 줄 안다”며 “내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인데 21살 어린 여성한테 모욕당하고 짓밟힌 데 화가 난 것”이라고 말해 막말 논란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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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하며 메모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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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10일엔 인터넷에 ‘한국당 고민 풀어주는 파격 제안’이라는 제목의 촉구서를 공개했다. 지씨는 “진퇴양난, 지만원을 안고 가기도 어렵고, 버리고 가기도 어려운 입장에 있는 것이 한국당의 처지”라며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등 지만원의 연구결과를 불신하는 지식인들, 5월 단체 사람들을 선발하여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온종일 지만원에게 질문하는 거국적 공청회를 열고 그것을 전국적으로 중계방송하는 프로를 만들어달라”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5ㆍ18 진상조사위원은 곧 발표하겠다. 민주당이나 바른미래당에서 추천한 위원 중에서도 제척ㆍ기피 사유가 있는 분들이 있다고 하니 다시 검토하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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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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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의 조속한 결정과 지씨 제외를 촉구하는 목소리고 높아지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0일 원내정책회의에서 “지만원은 꼴통 정도가 아니라 정상이 아닌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5ㆍ18 전문가라고 진상조사위에 넣으라는 김진태 의원은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나경원 원내대표가 큰 결단을 하고 5.18 진상조사위의 취지에 맞는 위원 선출이 되도록 신속하게 후속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면서도 “지만원씨가 다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진상조사위의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인사이기 때문에 빨리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지 씨가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이유를 다시 한번 한국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한국당은 5·18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위원 추천권을 만지작거리며 장사할 것이 아니라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5·18기념재단과 관련 3개 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14일 나 원내대표와 면담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이들 단체는 나 원내대표에게 ‘올바른 역사관과 전문성이 있는 사람을 진상조사위원으로 조속히 추천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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