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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빙상계 성폭력 피해자 6명 추가 폭로…"사후약방문 말아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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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행 혐의에 이어 빙상계 성폭력 사건 폭로가 연이어 나오면서 '스포츠 미투'가 사회 전반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수촌'을 중심으로 한 스포츠계의 폐쇄성과 상명하복 문화가 이 같은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피해자 심석희 포함 6명"
전·현직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현직 지도자 등 빙상인들로 구성된 ‘젊은빙상인연대’와 손혜원 무소속 의원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석희 선수를 포함해 6명의 빙상계 성폭력 피해자가 있다고 폭로했다.

이 자리에서 손 의원은 성폭행 사실을 추가로 공개했다. 그는 "여자 빙상선수 A씨는 한체대에서 강습을 받던 중 한체대 전 빙상 조교인 코치로부터 수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며 "훈련 도중 자세 교정 핑계로 강제로 안거나 입맞춤이 계속 됐다. 밖에서 만나서 영화를 보자, 둘이서 밥을 먹자고 했는데 거부하자 이 코치는 폭언을 퍼부었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현재 이 선수는 당시 충격으로 스케이트화를 벗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젊은빙상인연대는 ‘빙상계 성폭력, 누가 침묵을 강요했는가’라는 성명서를 내고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의 만행을 폭로했다. 여준형 대표는 "피해 선수들은 자신의 신원이 공개될 경우 빙상계를 좌지우지하는 전명규 사단으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할까 두려움에 떨며 살아왔다”며 "지난해 문체부 감사 결과 전명규 교수의 전횡과 비위가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한체대는 고작 감봉 3개월의 징계로 면죄부를 줬다"고 지적했다.

■"폐쇄·권위적 문화 사라져야"
유도와 정구 등 다른 종목에서도 '스포츠 미투'가 터지자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조직 내 성폭력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사람에게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체육계 성폭력과 관련해 전수조사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컨설팅과 예방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운동선수보호법'으로 불리는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한 차례라도 선수 대상 폭행·성폭행 혐의로 형을 받은 지도자는 자격을 영구 박탈하고 형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지도자 자격을 무기한 정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여기에는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독립된 심의 기관인 '스포츠윤리센터' 설치도 포함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변화 없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입을 모았다.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어떠한 대안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이경렬 체육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정부나 관계부처에서 나오는 대책들이 대부분 사후약방문식의 가해자 엄벌 위주"라며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국장은 "가해자만 처벌하게 되면 상위기관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게 되는데, 그러면 대한체육회의 권한만 계속 세지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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