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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IT 큐레이션] 라이벌의 경제학...넷플릭스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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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은 본질, 경쟁상대는 달라진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OTT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5G를 중심으로 다양한 네트워크 가능성이 제기되며 실감형 미디어 시장까지 꿈틀대는 가운데, 뉴미디어의 선봉으로 분류되는 OTT가 최초의 충격을 통해 빠르게 흡수하며 전격전을 벌이는 분위기다. 5G의 등장으로 다양한 ICT 기술의 현실 구현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디어는 제일 매력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국내에서 SK텔레콤이 지상파의 푹과 연합하고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의 손을 잡는 이유다.

이 대목에서 넷플릭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글로벌 OTT 시장의 강자로 활동하는 한편 최근 실적을 발표하며 디즈니 플러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맞수들이 아닌, 유튜브와 포트나이트를 라이벌로 지목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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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경쟁상대는 업 그 자체다. 출처=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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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지난 18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미국에서 신규 가입자는 153만명, 글로벌은 731만명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총 신규 유료 구독자수는 2900만명이 증가했다. 가입자 측면에서 고무적인 성과를 거둔 가운데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 41억9000만달러를 기록하며 부진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총 콘텐츠 제작비는 13억달러로 알려졌으며 올해도 비슷할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이례적으로 특정 콘텐츠의 소비 시간을 일부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미국의 하루 TV 시청 시간은 10억 시간이며, 넷플릭스는 10%에 해당되는 1000시간으로 집계됐다는 설명이다. 산드라 블록 주연의 히트작 버드박스는 7일 간 시청수 4500만건을 넘겼고 로마는 오프라인 영화관에서도 흥행해 900개의 상영관을 확보했다는 말도 나왔다.

스페인 오리지널 콘텐츠 엘리트는 첫 방영 후 4주동안 2000만건의 시청 건수를 넘겼고 BBC와 공동으로 제작한 보디가드는 4000만건을 돌파했다는 데이터도 나왔다.

넷플릭스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두고는 이견이 갈리는 가운데, 넷플릭스가 실적을 발표하며 주요 콘텐츠의 시청 건수를 공개한 장면이 의미심장하다. 넷플릭스의 라이벌이 디즈니 플러스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아닌, 시청 시간 그 자체에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실적을 발표한 후 “우리의 라이벌은 디즈니가 아니라 유튜브, 포트나이트”라면서 “유튜브가 지난해 말 다운됐을 당시 넷플릭스의 시청 비중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디즈니 플러스 등 OTT 라이벌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판이 커진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고무적이며, 시청 시간 그 자체를 라이벌로 삼는 큰 그림에 시선이 집중된다. 미래에셋대우 김수진 애널리스트는 “디즈니의 OTT 시장 진출은 넷플릭스에게 위기가 아닌 기회”라면서 “콘텐츠 시청 플랫폼이 현재의 케이블과 IPTV에서 OTT로 넘어가면 OTT 시청 시간이 총 5000만 시간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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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경쟁상대는 업 그 자체다. 출처=뉴시스


넷플릭스는 OTT가 아닌,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모든 플랫폼을 라이벌로 규정한 분위기다. 당연히 유튜브 등 기존 미디어 플랫폼의 강자와 경쟁하는 한편 그 외 게임도 라이벌이 된다. 이 과정에서 다른 OTT 사업자는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강자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넷플릭스는 올해 막대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로컬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미디어, 나아가 OTT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SK텔레콤은 푹과 연합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으나 이는 5G라는 거대 네트워크의 부속품으로 작동하는 뉘앙스가 강하다.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나 미디어를 넘어 더욱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와 협력하는 LG유플러스도 자사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하며, IPTV와 위성방송의 강자인 KT는 아예 OTT 시작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출발했으나 ICT 플랫폼 전부를 아우르는 대단위 플랫폼으로 성장해 ‘상거래 이상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에 성공했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아예 인류 비전의 제고라는 청사진을 통해 ICT 기술 발전의 틀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제 라이벌은 동종업계의 플레이어가 아니라, 이종 업계의 플레이어를 넘어 ‘업’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다. 성공 여부는 예단할 수 없지만, 넷플릭스가 보여주는 인사이트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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