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인연대는 피해실태 조사과정에서 많은 피해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들은 피해사실을 밝혔다가 ‘빙상계를 떠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고 한다. 이들이 안심하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정부가 이 문제 해결에 제대로 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빙상연맹은 폭행사건을 저지른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에게 감봉 3개월의 하나 마나 한 징계로 ‘면죄부’를 주었다고 한다. 빙상연맹 자체가 사조직으로 변질됐다는 의혹도 팽배한 상태다. 여기에서 어떤 피해자가 자신있게 피해사실을 밝히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한 피해자는 “죽을 고통을 받는 건 저인데 가해자가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체육계의 성폭력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구조화된 상태다. 운동밖에 모르는 선수 육성 행태, 메달 위주의 성적지상주의, 고착화된 파벌주의, 불공정한 선수선발 등 체육계의 뿌리 깊은 악습이 결합돼 이런 범죄를 생산한다. 체육계 지도자와 선수들이 노력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두더라도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인권을 말살하면서 성취한 금메달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당장 뜯어고쳐야 한다.
빙상계의 성폭력 사건은 한 선수의 고통스러운 자기 고백에서 출발했다. 그는 가해자가 다시 빙상계로 돌아오는 ‘죽음과도 같은 두려움’에 용기를 냈다. 이제부터는 이들의 용기에 기대서는 안된다. 빙상계가 내부 자정기능을 상실했다면 외부에서라도 메스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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