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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82년생 김지영’ 일본서도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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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성차별 등 일본인들도 공감할 내용”

북 토크 등으로 바람몰이…한 달 새 5만부 넘게 팔려

내달 저자 일본 방문 예정

경향신문

지난 18일 일본 도쿄 시모기타자와 B&B서점에서 열린 조남주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 북 토크에서 이 책을 번역한 사이토 마리코(오른쪽)와 서평가 구라모토 사오리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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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성은 무슨 일이 있으면 자신이 답해야만 할까요.”(구라모토 사오리)

지난 18일 저녁 도쿄 시모기타자와(下北澤)에 자리한 서점 ‘B&B’는 열기를 띠고 있었다. 70㎡ 정도 될까 싶은 작은 공간을 메운 이들은 함께 고개를 끄덕이거나 웃음을 터뜨렸다. 때때로 한숨을 쉬기도 했다.

한국에서 100만부 넘게 팔린 조남주 작가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일본어판 간행을 계기로 마련된 ‘북 토크’였다. 행사에는 100명 가까운 이들이 찾았다. “이 서점에서 개최하는 행사 가운데 이례적일 정도로 초만원”(서점 관계자)이었다.

이날 행사는 일본어판 번역자인 사이토 마리코와 서평가인 구라모토 사오리가 대담자로 나섰다. 사이토는 “한국에선 ‘화가 났다’는 독자평이 많은데, 일본에선 ‘끝까지 읽는 게 괴롭다’거나 ‘책을 읽다가 울어버렸다’는 독자평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인기의 배경으로 작품 자체의 힘 외에도 ‘#미투(MeToo)’ 운동 등 젠더 의식과 페미니즘 운동의 고양을 들었다. 사이토는 “(소설에는) 모두가 보지 않으려고 한 부분이 나온다”면서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라 실제 있을 수 있는 얘기니까 남성들도 안달복달한다”고 했다.

구라모토는 소설 속 상황이 “잘 이해된다”고 했다. 그는 도쿄의대의 여성수험생 감점, ‘주간SPA!’의 ‘성관계 쉬운 여대생 순위’ 기사 등의 사례를 들면서 “1980년대 얘기라고 생각했던 게 지금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1982년 김지영>이 일본에서도 인기를 얻는 이유에는 뿌리 깊은 성차별이 거론된다. 일본 독자들 사이에선 “소설 속 상황이 일본에도 맞아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구라모토는 다만 “한국은 변화가 빠르다. 예전에 한국이 일본 책을 수입했다면 지금은 역전됐다”면서 “일본 여성은 한국 여성보다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질문 시간. 한 남성은 “책을 읽고 여성들에게 나도 모르는 사이 상처를 주지 않았나 생각했다”며 “앞으로 회식 등 접촉할 기회를 아예 갖지 말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남성은 “여성 동료들이 30대 전후로 아이를 낳고 일하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는데, 책에 그런 동료들의 모습이 그대로 나왔다”며 “남성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50대 여성은 “성희롱이 아무렇지도 않던 시대를 보냈는데 지금도 그런 게 참 이해가 안된다”면서 “우리 세대가 (성희롱을) 적당히 넘어간 게 잘못했나 싶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초 출간된 일본어판 <82년생 김지영>은 한국 소설로선 이례적일 정도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21일 출판사 지쿠마쇼보(筑摩書房)에 따르면 최근까지 5쇄, 5만7000부를 인쇄했다. <엄마를 부탁해> 등 그간 한국에서 ‘밀리언셀러’에 올랐던 소설이 일본에서도 번역 출간됐지만 이 정도 반향은 얻지 못했다. 일본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출판사 측은 다음달 19일 저자인 조 작가를 직접 초청해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행사를 치를 예정이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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