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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집어 던지고, 욕하고, 침뱉고···공소장에 드러난 이명희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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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70)씨의 고성과 욕설·폭행 등 갑질 행태가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유리컵을 집어던져 논란이 일었던데 이어 어머니 이씨는 운전 중인 기사에게 플라스틱 컵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중앙일보가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이씨의 공소장엔 그간 이씨가 갑질을 벌일 당시 녹취 파일과 피해자 및 목격자의 증언, SNS 폭로 등을 통해 알려진 사례들이 총망라돼 있다. 공소장에 적시된 범죄 혐의만 모두 22개에 이른다. 이씨를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신응석 부장)는 지난해 12월말 이씨를 상습특수상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등),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중앙일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6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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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2011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운전기사와 가사도우미 등 직원 9명에게 폭언을 하거나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자신을 수행하는 운전기사에게 수시로 갑질을 일삼았다. 이씨는 약속 시각에 늦었다며 운전 중인 기사 얼굴에 침을 뱉은 뒤 "우측에 차 세워"라며 욕설과 함께 고성을 질렀다. "빨리 가라"는 지시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수석에 있던 물이 담긴 플라스틱 컵을 운전기사 머리를 향해 집어 던지기도 했다. 또 운전기사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누굴 죽이려고"라며 욕설을 내뱉으며 운전석 시트를 수차례 발로 찼다.

가사도우미들에게 행한 갑질 행태도 공소장에 빼곡히 적혔다. 생강을 충분히 사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씨는 직원을 문지방에 무릎 꿇게 한 뒤 책을 집어 던져 왼쪽 눈가를 맞추기도 했다. 또 걸레질을 못한다는 이유로 "일을 그 따위로 밖에 못 하냐, XXX야"라고 외치며 플라스틱 소재의 삼각자를 집어던져 턱에 맞췄다. 신발장 청소 중 기름을 많이 묻혔다며 "XXX야 기름을 왜 이렇게 많이 묻혀 XXX야"라고 욕하거나 "안국동 지압실 예약시간 제대로 알아봐라. 휴대전화를 왜 2대 가지고 있느냐, XXX야"라며 허벅지를 발로 차기도 했다.

이씨는 정원에서 화초를 심고 있던 한 직원에게 줄 간격을 제대로 못 맞춘다는 이유로 "XX, X같은 XX. 줄도 못 맞추는 XX. 너는 초등학교 안 나와서 줄도 못 맞추냐"며 심고 있던 꽃을 뽑아 던졌다. 이삿짐을 떨어뜨린 직원에겐 "XX같은 XX가 내 물건 다 부셔놓는다"고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주방에 직원을 호출했는데 바로 오지 않았다고 "내 얼굴 똑바로 쳐다봐"라고 한 뒤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

정원에서 3미터 높이의 사다리에 올라가 일을 하는 직원을 향해서 일을 제대로 못 한다며 사다리를 발로 찼다. 이 직원은 사다리에서 떨어져 무릎연골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잡초 제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직원에겐 쇠로 된 가위를 집어던져 맞추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씨는 필리핀 여성을 대한항공 직원으로 속여 입국시킨 뒤 가사도우미로 불법고용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지난해 12월엔 해외에서 구매한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로 인천본부세관이 이씨와 두 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를 검찰에 송치했다.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소시민 입장에선 갑질을 하면 제재를 받거나 사회적으로 고립이 된다. 사회화가 바로 그런 것"이라며 "어릴 때부터 누구의 눈치를 받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지금의 사태를 만든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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