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가 급브레이크를 밟자 "누굴 죽이려고···"라며 욕설을 하고 운전석 시트를 발로 찼다.

이는 검찰의 공소장에 드러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사진·70)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이른바 '갑질 폭행'의 사례다.

연합뉴스가 30일 입수한 이 전 이사장의 공소장을 보면 그간의 녹취 파일과 증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폭로 등을 통해 알려진 폭언·폭행사례가 범죄사실로 총망라돼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 3부(부장검사 신응석)는 지난달 말 이 전 이사장을 상습 특수상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등),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공소장에서 이 전 이사장은 생강을 충분히 사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택에서 일하는 직원을 문지방에 무릎 꿇게 한 뒤 책을 집어 던져 왼쪽 눈 부위를 맞히고, 걸레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플라스틱 삼각자를 던져 턱을 맞혔다. 약 50㎝ 길이의 밀대를 이마에 집어던지기도 했다. 폭행때는 항상 입에 담기 힘든 욕설도 뒤따랐다.

신발장을 청소하며 기름을 많이 묻혔다는 이유로 직원 허벅지를 찬 사례도 공소장에 세차례 등장한다.

3m 높이 사다리에 올라 작업을 하고 있는 직원이 일을 빨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다리를 걷어차 직원이 떨어진 적도 있는 걸로 나타났다.

직원들에게 던진 물건으로는 스카치 테이프 커터기, 철제 전자가위, 열쇠뭉치, 난 화분 등 날카로운 물건들도 있었다. 심지어 던진 화분이 깨지지 않자 다시 집어오라고 한 뒤 다시 던진 사례도 공소장에 담겼다.

약속 시각에 늦자 운전기사의 얼굴에 침을 뱉은 뒤 욕설과 함께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 전 이사장은 2011년 11월~지난해 4월 운전기사 등 직원 9명에게 욕설을 하고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필리핀 여성을 대한항공 직원으로 속여 입국시킨 뒤 가사 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도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양봉식 기자 yangbs@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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