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성은 어린 시절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삶의 자세를 배웠다고 말한다./민수용 골프전문 사진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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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프로 골퍼 최호성입니다. 제가 요즘 독특한 스윙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사실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제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답니다.
제가 태어난 곳은 경북 포항의 바닷가 마을입니다. 저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이 그러했듯 그 당시 시골엔 별다른 ‘놀이문화’라는 게 없었습니다. 집 뒤의 산과 앞의 바다가 놀이터이자 친구였죠.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을 하러 나가면 끼니도 제대로 해결이 안 됐는데 바다에 가면 먹을거리가 천지였어요. 고동이나 소라는 잡아서 삶아 먹고, 성게 알은 즉석에서 입 안에 넣었죠.
수영은 따로 배우지 않았지만 파도 소리 들으며 자랐으니 자연스럽게 익혔죠. 헤엄을 치다 보면 1~2시간은 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어요. 태풍이 와야 수영할 맛도 난다며 물에 들어가곤 했는데 그러다 몇 번 죽을 고비도 넘겼고요. 잠수를 하면 3~4m 정도 내려가 소라도 땄고요. 당시만 해도 노를 젓는 배가 있어서 노 젓는 것도 잘 해요.
최호성이 초등학교 1~2학년 때쯤으로 기억하는 어린 시절 사진. 집 앞이 바로 바다이고, 해변에는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맨 오른쪽이 최호성이고, 가운데는 이웃에 살던 동생, 그 옆은 친동생이다./최호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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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분들이 다 그러시겠지만 저희 부모님도 하루하루 열심히 생활하시고, 그걸 몸소 자식들에게 보여주셨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 직업이 해녀다 보니 해산물을 잡아오시면 온 가족이 모여 일손을 도와야 했어요. 보통 7~8시간 걸리는 고된 작업이었죠. 그래서 제 지구력이 좋아진 것 같아요.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는 말이 있듯 저도 부모님처럼 ‘멋진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합니다. 제가 멋진 인생이라고 말하는 건 화려함이 아닙니다. 항상 말보다는 몸으로 실천하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스스로 해결하려는 삶의 자세죠.
주변에서 간혹 다짐이나 목표를 물어보면 제 대답은 한결 같아요. ‘오늘도 최선을 다 하고, 항상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한다’는 거죠. 이게 제 철학이자 마음가짐이에요. 늦은 나이에 독학으로 골프를 익힌 제가 1년3개월 만에 세미 프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그런 생활 자세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잠시 방황했던 적도 있습니다. 수산고 시절 손가락 사고를 당한 이후 군대조차 갈 수 없는 몸이라는 좌절감에 휩싸였죠. 강원도 돌 캐는 광산에도 있었고, 포항제철 하청업체 기계 정비, 슈퍼마켓 배달, 자판기 청소 등의 일을 했어요. 전국을 떠돌았죠. 그러다 우연찮게 골프장에 아르바이트 일을 하러 갔다가 인생이 바뀐 거죠.
젊은 시절의 다양한 경험이 제 골프나 삶에 도움이 된다고 봐요. 뭐든지 ‘자기 만족’이고,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배웠거든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날씨가 그러하듯 삶도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대신 그만큼 노력은 해야겠죠. 아내와 결혼할 당시 모아둔 돈 한 푼 없었습니다. 프로가 됐지만 골프계에 학연이나 지연 등 별다른 인맥도 없었고요. 그런 처지에 큰맘 먹고 전지훈련이라도 가면 한 번 라운드를 돌 때 남들 10번 라운드 나간 것만큼 연습을 해야 했습니다. 하루를 열흘처럼 살았죠.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아들 녀석들에게도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진 않아요. 큰 애는 올해 중학교에 들어가고, 둘째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데 요즘은 춤과 노래에 빠져 있어요.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 다 하다 보면서 스스로의 길을 찾을 거라고 믿어요.
골프를 하면서도 너무 형식에 치우치는 것보다는 때론 직관을 믿어야 할 때가 있다고 봅니다. 경험에서 나오는 그런 ‘감’이죠. 자신의 감을 믿고 자신 있게 샷을 날리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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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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