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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수의 어장관리] "내 고향은 수족관" 아쿠아리움이 바다 거북을 살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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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장필수 기자] [편집자 주] 누구나 한 번쯤, 수족관 유리에 코를 박고 자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를 바라본 기억을 갖고 있을 겁니다. 살면서 한번은 찾게 되는 장소인 아쿠아리움.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모니터 속에서만 봤던 해양동물과 형형색색의 열대어가 시선을 끌지만, 그 순간뿐입니다.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출구로 나서면서 알 수 없는 허전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우와~와~” 같은 감탄사 너머의 아쿠아리움을 알아보는 연재물을 마련했습니다. 여섯 번째 주제는 ‘바다거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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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8일 태어난 매부리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국내 최초 인공 산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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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의 ‘습격’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줬던 영상이 주인공은 바다거북이었다. 2015년 코스타리카 해변에서 발견된 올리브 바다거북의 코에 박힌 플라스틱 빨대. 미국 해양 생물 연구진이 코안 깊숙이 10㎝ 이상 파고든 빨대를 제거하자, 괴로움에 코피와 눈물을 쏟는 바다거북의 모습이 전 세계에 공개됐다. 바다거북의 귀여운 이미지가 플라스틱이 지닌 잔인함을 배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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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유튜브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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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하고 국제 야생동식물 멸종위기종 거래에 관한 조약(CITES)에 따른 멸종위기종이다. 우리나라 해양수산부는 바다거북을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하고선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서식지 외 보전기관)와 여러 국내 전문 연구기관에 보전 연구를 의뢰해왔다. 그 결과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2017년부터 2년 연속 푸른바다거북에 이어 매부리바다거북 인공번식에 성공했다. 국내 최초였고 2014년부터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연구에 착수하고 나서 4년 만에 얻은 성과였다. 인공번식을 위해 인고의 시간을 버틴 사람들을 아쿠아플라넷 여수ㆍ63에서 만났다.

#. 척박한 연구 환경

해수부는 2013년도부터 국가연구용역 사업으로 바다거북의 증식 및 복원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바다 거북을 연구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을 갖춘 기관이 국내에 전무했다. 더욱이 전 세계적으로 바다거북은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돼 관리받는 생물이라 포획 및 매매가 불가능하다. 생물을 구하는 게 불가능하고 구해도 연구할 장소와 인력이 없는 상황. 증식 및 복원사업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연구는 기초 현황 조사와 해외 사례 분석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었다. 살아있는 바다거북을 키우는 국내 유일 기관인 아쿠아리움이 연구에 참여해야만 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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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와 연구원들이 바다거북을 데리고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초음파를 통해 몸에 난황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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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플라넷 여수는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2014년부터 바다거북 증식 및 복원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순조로웠던 건 아니었다.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내부에서는 “우리는 생물을 키우는 수족관이지 연구 기관이 아니다”라는 이견이 제기됐다. 또 지원금을 받더라도 전액 지원이 아니기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수족관이 연구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해야만 했다. 생명을 다루는 기관 특성상, 나라 예산이 끊겨도 함부로 연구를 중단할 수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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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모래 부화장 모습. 모래 안은 29도를 유지한다. 주변 온도가 29도를 넘어서게 되면 암컷이 부화할 확률이 높아지는 반면, 29도보다 낮으면 수컷이 부화할 확률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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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아쿠아플라넷 내부에선 아쿠아리움은 단순한 생물 전시장이 아닌 교육과 종 보존의 역할로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보존연구를 하면서 얻게 될 유ㆍ무형적인 자산도 아쿠아리움 주고객인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바다거북이 오로지 인간 탓에 멸종 위기까지 몰린 데 대한 도의적인 책임감도 큰 영향을 미쳤다.

#. 암컷을 찾아라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설계 당시 고려하지 않았던 바다거북이만을 위한 시설을 새로 증설해야만 했다. 기본 전시 및 사육 수조 외에 교미 유도 및 산란 수조, 치료 수조, 예비 수조, 인공 산란장 등을 차근차근 갖춰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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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플라넷 여수 바다거북 치료수조(좌), 바다 거북 새끼들을 위한 예비수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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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참여한 아쿠아리스트들은 모든 것을 밑바닥부터 새로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단순히 사육하는 것과 종보존을 위한 연구는 다른 문제였다. 바다거북과 관련된 국내 자료가 없었기에 전부 외국에서 만들어진 자료에 의지해야만 했다. 외국 문헌에서조차 인공번식과 관련된 자료를 찾기가 어려워지자, 해외에 있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고자 바다를 건넜다. 우리나라보다 수족관 문화가 발달해 있고 바다거북 인공번식에 먼저 성공한 일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렇게 2014년과 2015년 임시 산란장을 조성하고 인공번식에 대한 기초 자료를 수집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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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산란이 의심되는 바다거북은 교미 유도 및 산란 장소로 격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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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번식을 위한 준비가 끝나자, 생물 수급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연구 초기 한화 아쿠아플라넷이 보유한 바다거북은 총 암컷 1마리와 수컷 1마리가 전부였다. 그리고 2마리 전부 아쿠아플라넷 63에만 있었다. 개체마다 교미 주기가 다 다르고, 일부다처제인 바다거북의 특성상 연구를 위해선 암컷 바다거북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특히 바다거북은 멸종위기종인 탓에 연구용이라 하더라도 자발적 기증이 아니면 구하기 매우 어려운 생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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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모래 산란장에서 나온 바다 거북알. 바다 거북은 보통 한번에 100개 이상의 알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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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아쿠아플라넷은 전 세계 수족관 네트워킹을 통해 바다거북을 기증받을 수 있는 장소를 물색했고, 2016년 폐관을 앞둔 싱가포르의 한 수족관과 연락이 닿았다. 이 수족관은 밀수업자들로부터 구출한 바다거북을 포함해 총 26마리를 보유하고 있었고 바다거북을 보전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갖춘 수족관을 찾고 있었다. 또 기증 시 26마리 모두를 데려가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당시 아쿠아플라넷 내부에서는 26마리 모두 데려오게 되면 수족관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바다거북 수급을 총괄했던 담당자는 “지금 데려오지 않으면 바다거북 연구는 앞으로 영원히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조직을 설득했고 싱가포르 수족관이 제시하는 모든 조건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데려온 바다거북이 2017년과 2018년 국내 최초 푸른바다거북과 매부리바다거북 인공 산란 성공의 초석이 됐다.

#. 수족관이 자연과 공생하는 방법

“수족관은 과거처럼 전시와 오락으로 수익만 챙겨가는 구조에서 변하고 있어요. 종보존과 교육도 수족관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역할이에요. 이런 차원에서 바다 거북 인공번식 연구를 수족관이 담당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연구였고 우리나라에서 이런 보호활동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요.” 2014년부터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바다거북 인공사육을 연구해온 한동진 선임연구원은 ‘왜 바다 거북 연구에 참여했나’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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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이 산란장에서 알을 수거하고 있다. 알을 옮길 때는 묻혀있던 상태 그대로 옮겨야 한다. 옮기는 과정에서 뒤집힌 알은 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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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자연 산란하는 바다 거북이 포착된 지는 10년이 넘었다. 고운 모래를 가진 해변을 해수욕장으로 바꾸면서 인간이 독차지하자, 바다 거북이 산란할 장소가 점점 줄어든 탓이다. 바다 거북은 해수욕장 인근의 네온사인을 보면 산란을 하러 올라왔다가도 다시 바다로 들어간다. 산란하기에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장소라는 걸 직감해서다. 알을 낳지 않고 돌아가게 되면 몸에 품은 알을 흡수하거나 바다에 산란하기도 한다. 바다 최상위 포식자인 바다 거북이 줄어든 이유는 온전히 인간 때문이다. 인간 바로 밑의 포식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건 그만큼 지구가 위태롭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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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거된 바다 거북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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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정부가 바다 거북 인공사육 및 방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수부와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인공번식한 개체를 1년간 안전한 환경에서 키운 뒤 방사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2017년 86마리를 방사했고 작년에도 10마리를 추가로 방사했다. 올해도 방사 계획을 수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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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임연구원은 “자연에서 어미가 낳은 알 중 천적을 피해 성체로 자랄 확률이 1%다. 그런데 수족관에서 1년 또는 2년간 키워서 보내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방사 행사를 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바다 거북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게 연구의 또다른 성과”라고 말했다.

essenti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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