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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규제 샌드박스, ‘혁신’과 ‘공익’의 균형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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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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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가 11일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어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4개 기업이 신청한 ‘규제 샌드박스’ 건을 심의·의결했다. 문재인 정부 규제개혁의 핵심인 ‘규제 샌드박스’ 첫 사례다. 현대차가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게 된 서울 도심 네곳 중 한곳으로 국회가 포함된 대목이 특히 눈길을 끈다. 수소 관련 시설물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지역 갈등을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신기술·신산업의 빠른 변화에 맞춰 이처럼 규제특례 적용이나 임시허가를 해주는 규제 샌드박스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전 정부 때처럼 전봇대를 없애거나 규제 대못을 뽑는다는 식의 일회성 보여주기 일처리 방식을 바꾸고, 규제 체계를 다듬을 필요도 있다. 하지만 규제 재조정에는 밝은 면만 있는 게 아니다. 공익적 가치를 훼손할 위험도 있다. 병원을 거치지 않고 민간 유전자 검사 업체에서 받을 수 있는 유전자 검사 항목을 크게 늘리는 마크로젠 특례 건이 한 예다. 자칫 생명윤리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해 지켜볼 사안이다.

규제 샌드박스 사례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분야에는 케이티(KT)와 카카오페이가 각각 ‘공공기관 모바일 전자고지 활성화’를 위한 임시허가를 신청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를 포함한 규제 샌드박스 신청 건에 대해 오는 14일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열어 논의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도 관련 심의를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규제 샌드박스 승인에 앞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에 직접적인 위해가 없는 사안”이라고 제시한 전제조건을 실제 심의과정에서 지켜야 한다. 규제 완화에서 ‘혁신’과 ‘공익’의 균형 맞추기라는 숙제를 잘 풀어나가야 한다.

불합리한 규제는 고쳐야 마땅하지만, 공익적 목적으로 도입한 장치를 특례법 형태로 무력화하는 데 따르는 위험을 무시해선 안 된다. 사회적 갈등을 키우고 공공성을 해치는 쪽으로 흐르면 혁신의 마중물이라는 규제 샌드박스의 애초 취지마저 늪에 빠질 수 있다. 저성장 흐름, 제조업 쇠퇴를 빌미로 규제를 푸는 방향으로만 치닫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기업의 편의성을 높이는 일은 소비자를 보호하는 숙제와 균형을 이룰 때 지속가능성을 띠고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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