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인근 태생, 부모 모두 태국인
LPGA 빅오픈서 데뷔 첫 우승
10일 호주에서 막을 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빅오픈은 16년 만에 프랑스 챔피언이 등장해 화제를 뿌렸다. 프랑스인으로는 네 번째 LPGA 챔피언이 된 스물여섯 살의 셀린 부티에가 그 주인공이었다.
파리 인근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가 모두 태국인으로, 여섯 살 때 아버지 권유로 골프채를 잡았다. 이번 대회 1·2라운드를 같은 조에서 치른 전영인은 "거의 박인비 언니를 보는 것처럼 퍼팅 실력이 뛰어나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평균 237야드 드라이버 샷을 날린 것으로 돼 있는데, 주로 3번 우드로 티샷해서 나온 수치라고 한다. 거리보다는 정확성으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다. LPGA 2부 투어 시절부터 퍼팅은 1·2위를 다투던 솜씨다. LPGA 투어 카드를 얻을 때도 그린 적중 때 퍼트 수가 전체 2위(1.77번)였다.
그의 이력을 찾아보다가 '박세리의 자취'를 느끼게 된 게 흥미로웠다. 부티에는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가 듀크대를 대학 정상으로 이끌었는데 당시 코치 가운데 한 명이 한국계 프랑스인 잔 조였다.
셀린 부티에가 10일 LPGA 투어 빅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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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한국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잔 조는 "1994년 베르사유에서 열린 세계 아마추어팀 선수권에서 박세리가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끄는 모습을 보고 감명받았다"고 했다. "부티에는 주니어 시절 늘 핀을 노리고 공격적으로 아이언샷을 했다. 잘될 때와 잘되지 않을 때 변화가 거의 없다"고도 했다. 어릴 적 보았던 박세리의 모습이 떠오른다는 이야기였다. 박세리가 골프 불모지였던 한국을 바꾸어 놓았던 것처럼 부티에도 프랑스 골프를 바꿔 놓을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기대감도 담겨 있다.
부티에는 아마추어 시절 세계 1위에도 오른 강자였다. 프랑스 대표로 2010년과 2011년 유럽 팀 챔피언십 우승을 이끌었고, 듀크대 재학 시절이던 2013년과 2014년에는 미국 대학 올해의 선수를 차지했다. 리디아 고, 이민지, 브룩 헨더슨 등 아마추어 시절 강자가 프로 무대에서도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게 요즘 LPGA 흐름이다. 부티에는 유소연과 조던 스피스 등을 지도하는 캐머런 매코믹 코치에게 지도받으며 실력이 급성장했다는 평을 듣는다.
LPGA 데뷔 첫해인 지난해에는 초반 네 대회 연속 컷 탈락하며 고전했는데, 올해는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부티에는 "지난해에는 결과에 연연했는데 올해는 눈앞의 한 샷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부티에는 요즘 세계 1위 에리야 쭈타누깐을 앞세워 여자 골프의 강국으로 떠오른 태국과 골프 불모지 프랑스, 골프 선진국 미국의 색깔이 골고루 섞여 있다. 수줍음을 잘 타면서도 승부사 기질이 다분한 부티에가 '프랑스의 박세리'가 될 수 있을까?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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