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이 2015년 국회에서 일제 강제징용 사건에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말자는 특별법이 발의되자 “위헌 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국회에 부정적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은 국회에서 발의된 ‘일제강점하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에 관한 특례법안’에 대해 2015년 4월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박병대 전 대법관, 행정처 차장이었던 강형주 전 차장,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임종헌 전 차장에게 법률안이 제정될 경우 소급 입법에 해당돼 위헌 시비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이후 박병대 처장의 승인 하에 법률 제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해당 법안은 2015년 5월 손해배상 청구 시효가 끝나는 것을 막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 제기를 허용하기 위해 이언주·문병호·박영선 등 국회의원들에 의해 발의된 법안이었다.

강형주 당시 차장은 그해 5월 초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이 법안에 대해 “신중 검토 의견이다. 각국의 입법례를 봐도 소멸시효를 전면적, 영구적으로 배제하는 법안은 찾아보고 어렵다”면서 “소급 입법의 문제도 있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해당 법안은 법사위에 계류하다가 이듬해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2012년 5월 대법원 판결을 기산점으로 삼고 민법상 소멸 시효 3년이 지나도록 재상고심 결론을 미루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었다. 2015년 5월까지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만 구제되고 나머지는 소멸 시효가 완성돼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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