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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양승태 "귀띔도 안 해주고 선고"…강제징용 판결에 노골적 불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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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법원행정처, 국회가 낸 강제징용 손해배상 특별법도 반대

연합뉴스

한이 맺힌 절규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신일주철금 강제동원 소송 관련 기자회견에서 후지코시 근로정신대 소송 원고인 김정주 할머니가 발언을 하고 있다. 오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정에서 여운택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소송 중 하나인 이번 사건은 2013년 8월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5년2개월 만에 선고가 내려진다. 2018.10.24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2년 5월 대법원판결에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미쓰비시 등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부소 측은 손해배상 인정 판결에 대한 양 전 대법원장의 부정적 입장을 확인한 뒤 법원행정처 수뇌부와 적극 접촉해 '판결 뒤집기'를 시도했다.

12일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김앤장 송무팀을 이끄는 한상호 변호사를 2013년 3월 직접 만나 "2012년 대법원판결 선고 전 김능환 대법관이 귀띔도 안 해주고 선고해 전원합의체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한일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데 결론이 적정한지도 모르겠다"는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외교부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이 조기에 선고되지 않도록 해주고, 외교적 차원의 의미와 파장 등을 고려해 전원합의체 회부를 통해 신중히 결정해 달라'고 사법부에 수차례 요청을 넣기도 전이었다.

이후 김앤장은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현홍주 전 주미대사 등 전직 외교부 고위공무원과 법관으로 구성된 강제징용사건 대응팀을 만들어 양승태 사법부 고위 관계자들을 비공식적으로 수시 접촉했다.

당시 양승태 사법부와 청와대는 외교부가 강제징용 소송에 대한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면, 대법원은 의견서를 근거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양 전 대법원장에 앞서 구속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김앤장 측에 외교부의 의견 제출을 요청하는 촉구서를 제출하라는 '컨설팅'을 해주기도 했다. 임 전 차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김앤장 측에서 써온 촉구서를 직접 고쳐준 것으로 조사됐다.

임 전 차장은 김앤장 측에 "(외교부에 지금) 촉구서를 내라, 주심 김용덕 대법관과도 얘기가 됐다"고 문서 제출 시기까지 세밀하게 조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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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김앤장 한 변호사가 2015년 11월 양 전 대법원장을 찾아가 "외교부가 소극적이어서 걱정이다"면서 도움을 요청하자 양 전 대법원장은 "외교부의 요청으로 시작된 일인데, 외교부가 절차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김앤장이 촉구서를 제출한 직후인 2016년 10월께 집무실로 찾아온 한 변호사가 "외교부가 이번에는 잘하겠지요"라고 묻자 "잘 되겠지요"라며 전원합의체를 통해 청구 기각 판결을 내주겠다는 입장을 확인해줬다.

검찰은 공소장에 "양 전 대법원장이 최소 네 차례에 걸쳐 한 변호사와 직접 만나 전원합의체 회부 등 일본 전범기업이 원하는 대로 절차를 진행해 줄 것이란 점을 전달했다"고 적시했다.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에는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국회 입법 추진에 반대한 사실도 드러났다.

2015년 국회에서 '일제강점하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에 관한 특례법안'이 발의되자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은 박병대 전 대법관, 강형주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에게 법률안이 제정될 경우 소급 입법에 해당해 위헌 시비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일본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2012년 대법원판결을 기산점으로 삼아 민법상 소멸시효 3년이 지나도록 재상고심 결론을 미루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의 승인 아래 법원행정처는 국회에 법률 제정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전달했고, 법안은 결국 2016년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지됐다.

미쓰비시 중공업과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2000년과 2005년 각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1·2심에서 패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2년 5월 일본기업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사건을 서울·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파기 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이 2013년 7월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해 사건을 다시 대법원이 넘겨받았으나, 양승태 대법원은 이후 5년간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2013년 2월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한일관계를 고려해 소송 결과가 번복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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