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2. 직장인 이 모 씨는 동료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카카오톡으로 ‘치킨 교환권’을 선물하려 했다. 그런데 모든 치킨 브랜드가 치킨과 콜라 1.25ℓ를 세트로 팔 뿐, 치킨만 단품으로 살 수는 없었다. 이 씨는 “동료가 평소 탄산음료를 마시지 않아 콜라를 빼고 선물하고 싶었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황당해했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모바일 교환권(기프티콘) 선물하기’가 자영업자 매출의 최대 10%에 달하는 수수료를 취해 ‘폭리’ 논란이 인다. 지나치게 비싼 수수료 부담은 배달료 등 가격 인상 압박 요인이 되고 자영업자가 모바일 교환권 사용을 거부하거나 끼워팔기를 하도록 유도해 소비자 피해로도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➊ 카카오가 운영하는 ‘모바일 교환권(기프티콘) 선물하기’가 자영업자 매출의 10%에 달하는 수수료를 취해 ‘폭리’ 논란이 인다. 사진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화면. ➋ 카카오톡 기프티콘의 비싼 수수료 부담 탓에 모든 치킨 프랜차이즈는 마진이 높은 콜라를 끼워팔고 있다. 이는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해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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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모바일 교환권은 카카오톡 친구에게 간편하게 선물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최근 명절·생일 등 기념일은 물론, 평소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기 위해서도 널리 쓰인다. 실제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명절 판매량은 최근 3년간 연평균 40%씩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명절 선물을 구매한 고객은 전년 동기 대비 70% 급증했다. 문지현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3월 발표한 ‘카카오-사업 수익화 전략에 주목’ 보고서에서 “기타 부문에서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커머스 매출의 증가가 주된 성장동력으로 작용했다. 인터넷 플랫폼의 주된 수익원이 광고와 수수료인 점, 신임 대표(여민수·조수용)의 전문 분야가 광고와 커머스 부문인 점에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카카오의 모바일 교환권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것.
카카오 측은 “선물하기의 수수료율은 회사 방침상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며 대외비로 취급한다. 매경이코노미 취재 결과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와 연간 판매금액에 따라 매출의 7~10%를 떼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치킨, 피자, 편의점, 베이커리 등 가맹점이 비교적 많은 업종은 대체로 7~8% 이하, 가맹점이 적은 떡볶이, 디저트, 외식 등은 9~10% 수준으로 조사됐다. 카카오는 이 사업을 직접 하지 않고 벤더사를 통해 운영한다. 벤더사는 수수료 수입의 10%를 자사가 취하고, 나머지 90%는 카카오에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가 매출의 2% 이하, 배달앱은 7% 안팎인 데 비해 카카오가 7~10%를 떼가는 것은 지나치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특수상권에 입점한 매장은 임대 수수료와 선물하기 수수료를 별도로 내야 돼 매출의 35%까지 떼인다. 기프티콘 덕분에 고객이 늘어도 남는 게 거의 없어 기프티콘을 안 받거나 고객에게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가맹점이 적잖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수수료를 놓고 고민이 깊다. 처음에는 비싼 수수료를 마케팅비라 생각하고 감내했지만 갈수록 입점 브랜드가 많아지고 마케팅 효과는 떨어져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A외식 프랜차이즈 대표는 “카카오 측에서는 선물하기에 매일 450만명이 방문한다며 광고 효과를 자랑한다. 그러나 스쳐 지나가는 트래픽을 모두 포함한 것일 뿐, 실제 체감하는 광고 효과는 훨씬 낮다. 한 번은 총 2억원어치 교환권을 마진을 포기하고 30% 할인해서 팔았는데 일주일간 300만원어치밖에 안 팔렸다. 부랴부랴 네이버, 티몬 등에 추가 광고를 집행해 3일 만에 1700만원어치를 더 팔았다. 오히려 우리 돈으로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홍보해준 셈이다. 그런데도 카카오 측에서는 ‘다음에는 할인율을 더 파격적으로 높여라’라고 하더라. 그럴 바에는 차라리 가맹점마다 플래카드로 광고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럼에도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할 수밖에 없어 진퇴양난이다.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여서 대체할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다.
B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G마켓, 11번가 등 다른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기프티콘을 팔지만 실제 팔리는 것은 카카오가 90% 이상이어서 독보적이다. 게다가 다른 플랫폼에서 먼저 기프티콘 프로모션을 하면 카카오 측에서 제동을 건다. 카카오가 무조건 1순위고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C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 ‘수수료 부담이 너무 높으니 좀 깎아달라’고 사정사정한 후 벤더사를 통해 카카오 담당자를 겨우 만났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싫으면 나가라’였다. 독점 기업이다 보니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토로했다.
카카오의 비싼 선물하기 수수료는 결국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을 높이고 이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수수료를 프랜차이즈 본사가 전액 부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개는 가맹점이 전액 부담하고 일부 프랜차이즈는 50~70%를 본사가 지원한다. 기프티콘 수수료 부담을 오롯이 져야 하는 자영업자는 수익 보전을 위해 치킨에 콜라 끼워팔기, 추가 배달료 요구, 때로는 기프티콘 사용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적잖다.
앞의 A외식 프랜차이즈 대표는 “카카오톡 기프티콘을 안 받기로 한 가맹점이 전체의 35%에 달한다. 특히 임대 수수료와 기프티콘 수수료를 이중 부담해야 하는 특수상권 매장은 엄두를 못 낸다”고 전했다. 앞의 C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콜라가 그나마 마진율이 높아 치킨과 같이 끼워판다. 수수료 부담 탓에 콜라 마진을 포기하는 것이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선택권을 침해받게 된다. 배달앱은 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해 고객에게 콜라를 서비스로 주며 ‘다음에는 전화로 주문해달라’라고도 하지만 기프티콘은 그럴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매출 확대와 구매력 강화를 위해 높은 수수료 부담에도 가맹점주에게 카카오톡 기프티콘 사용을 종용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D외식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솔직히 본사 입장에서는 카카오톡 기프티콘을 통해 가맹점 매출이 늘어나면 식자재 공급이 늘어나 이익이 된다. 그러나 점주 입장에서는 이익 없이 매출만 늘어나는 것이니 몸만 고생하는 꼴이다. 카카오 측 주장대로 신규 고객이 유입된다 해도 그때뿐, 재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른 수건 짜내는 식이어서 기프티콘 사용을 원치 않는 가맹점에는 강요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해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포털, 배달앱, 메신저 등 플랫폼 업체는 구조적으로 ‘승자독식’이 되는 상황인 만큼 시장 지배적사업자의 권한 남용 문제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보의 창구 역할을 하는 플랫폼 기업은 독점적 권한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에 입점해야 하는 소상공인 등은 큰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플랫폼을 떠날 수도 없어 ‘울며 겨자 먹기’가 되기 쉽다. 정부는 플랫폼 기업과 소상공인이 상생할 수 있도록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5호 (2019.02.13~2019.02.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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