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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삼국지’ 영웅 조조의 무덤 속 항아리 알고보니 세계 최고 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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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허난성 무덤서 2009년 출토된 부장품

일 도쿄국립박물관서 정밀 분석한 결과

유약과 표면 등에서 백자 특성 드러나

기존 최고품보다 3세기 이른 최고 백자 확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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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에서 위, 촉, 오나라가 천하를 놓고 대결한 3세기 삼국시대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위인이 ‘간웅’(교활한 영웅)으로 일컫는 위나라 시조 조조(曹操:155~220)다. 명나라 문인 나관중의 소설과 진나라 학자 진수가 쓴 역사서 <삼국지>에서 유비·손권·제갈량과 더불어 최고 주역으로 꼽히는 그가 최근 세계 고고역사학계에서 뜨거운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지난 수년간 중국 허난성 안양시에서 발굴해온 후한~위시대의 대형 무덤이 그의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더니, 연초에는 이 무덤에서 출토된 항아리가 3세기 만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백자로 판명됐다는 일본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와 학계가 술렁거린다. 기존에 보고된 세계 최고의 백자는 5~6세기 중국 남북조시대 백자병이었는데, 무려 3세기 이상 시기가 올라간 것이다. 학계 공인을 받게되면, 도자기 역사를 다시 써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아사히신문>과 공영방송 <엔에이치케이(NHK)> 등은 도쿄국립박물관 연구팀이 2009년 중국 허난성 안양시의 조조 추정 무덤에서 나온 항아리 1점을 지난 연말 현지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알려진 고대 백자들 가운데 시기가 가장 이른 백자로 확인했다는 내용을 20일 일제히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3월 유적을 발굴한 허난성 문화재고고연구원은 이 무덤이 조조와 그의 두 부인을 합장한 무덤으로 최종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발굴된 항아리는 높이 13.4㎝, 입구 직경 8.7㎝로 주위에 네개의 귀를 달고있는 ‘권(罐)’이란 기종이다. 관을 안치한 무덤 주실 앞 방에서 부장품으로 출토됐다. 박물관 연구팀은 항아리를 자세히 관찰한 결과 투명한 유약을 바른 흔적이 보이며, 고온으로 구워내면서 표면이 유리질로 변화한 양상이 나타나는 등 백자의 주요 특징들을 갖춘 것이 확인됐다고 취재진에 밝혔다.

동아시아 최고의 도자기 발명품으로 꼽히는 백자는 흰빛의 점토에 재를 주성분으로 하는 투명한 유약을 뿌려 1300도의 매우 높은 온도로 구워낸 자기를 말한다. 높은 온도로 구은 자기 중에서도 불순물을 빼고 유약을 정제해야 만들 수 있으므로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과 숙련도를 요구한다. 중국 이외엔 고려·조선과 일본, 베트남 등에서만 생산됐다.

그동안 학계에 알려졌던 세계 최고의 백자 유물은 조조 추정묘가 있는 안양시에서 1971년 출토된 범수란 인물의 무덤 부장품들이 꼽힌다. 5~6세기 남북조 시대의 것으로 줄을 꿰는 귀가 달린 병(‘권’)에다 백자유약을 바른 유물들이다. 이번에 발견된 백자 항아리는 조조가 살았던 시대 만든 것으로 볼 수 있어 공인될 경우 백자 제작의 역사를 무려 300년 이상 끌어올리게 된다. 도쿄국립박물관 주임연구원인 이치모토 루이는 <엔에이치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삼국시대는 전란이 계속돼 문화적·미술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시기였는데, 이 시기의 백자가 발견돼 당대의 문화적 실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게 됐다”면서 “매우 놀라운 발견”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쪽은 이 항아리를 7월 개막하는 특별전 ‘삼국지’에서 전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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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성의 조조 추정 무덤은 지난 2008년부터 발굴이 시작돼 ‘위무왕(魏武王)’이 새겨진 돌판 등 여러 문자유물들이 출토돼 눈길을 모았다. 허난성 당국은 조조의 무덤이 확실하다고 공표했지만, 학계에서는 출토품의 후대 조작설 등 여러 의문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 무덤주인의 진실을 둘러싼 논란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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