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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그만하라!”…프랑스 전역서 ‘반유대 폭력 반대’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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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파리·마르세유 등 60여곳 동시다발 집회

유대인 묘비에 나치 십자가 등 훼손 잇따라

작년에만 반유대 범죄 500건…전년보다 74%↑

프 정부 “공화국 가치 아냐…처벌 강화할 것”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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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라!”

19일 저녁 프랑스 전역에서 반유대주의 폭력을 멈추라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파리를 비롯해 릴, 툴루즈, 마르세유, 보르도, 낭트 등 60여개 도시에서 수천명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정견과 종교의 차이를 뛰어넘은 범국민적 궐기였다.

프랑스 정체성을 상징하는 파리의 공화국 광장에선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를 비롯해 내각 장관의 절반 이상이 시민들과 함께 했다. 프랑수아 올랑드(사회당)와 니콜라 사르코지(공화당) 전 대통령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 의회는 의원들의 시위 참여를 위해 일시 휴무에 들어갔다. 올랑드 전 대통령은 “반유대주의는 재앙이며, 공화국에 대한 공격”이라며 “반유대주의는 유대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프랑스 시민 전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주 올리비에르 포르 사회당 대표가 트위터에 이날 시위를 제안했고, 여야를 막론한 18개 정당들과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등 50여곳이 동조했다. 최근 프랑스에서 유대인을 비롯해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 범죄가 빈발하는 데 대한 자성과 경각심을 촉구하자는 취지였다.

전날 밤에는 프랑스 동부 국경지역 소도시 카체나임의 유대인 묘지에서 96개의 묘비에 나치의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가) 문양을 그린 스프레이 낙서가 발견됐다. 한 묘비엔 독일어로 ‘검은 알자스의 늑대들’이라고 쓰였다. 이 단체는 독일과 프랑스의 통치를 번갈아 겪은 알자스 지방에서 분리주의를 추구하는 독일계 단체로, 1970~80년대에 폭력과 파괴 행위를 일삼았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독일과 접경한 스트라스부르 인근의 한 유대인 묘지의 묘비와 홀로코스트 희생자 기념물이 훼손됐다.

유럽 최대 규모인 55만명의 유대인 공동체가 있는 프랑스에서는 이들에 대한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 집계를 보면, 지난해에만 500건이 넘는 반유대주의 공격이 발생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74%나 급증한 수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카체나임 묘지를 방문해 “이런 짓을 하는 이들은 (프랑스) 공화국의 가치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우린 행동할 것이고 (범인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묘역에서 2차 세계대전 중 독일로 추방된 유대인 묘비에 흰 장미꽃을 놓은 데 이어, 파리로 돌아와선 다시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찾아 화환을 헌화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이날 <렉스프레스> 인터뷰에서 “프랑스 사회에서 반유대주의는 뿌리 깊다”며 “정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혐오발언 처벌을 위한 법률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선 19세기말 유대인 장교가 반역죄 누명을 뒤집어쓴 ‘드레퓌스 사건’을 두고 사회가 극단적 분열 양상을 보였고, 나치 점령기엔 괴뢰정부인 비시 정권이 유대인을 강제수용소로 보내기 위해 나치와 협력하는 등 반유대인 정서가 깊다. 최근 들어선 전통적인 외국인 혐오 집단인 극우세력 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좌파 극단주의와 무슬림 공동체에서도 반유대주의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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