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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김주영 “반대만 하는 노조, 무책임의 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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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 합의 이끈 한노총 수장

“최저임금 국회 넘겼더니 더 개악”

경사노위 합의 실패 짐싸기 직전

“내가 안고 간다” 손경식과 담판

탄력근로제 핵심 쟁점 빅딜 성사

중앙일보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왼쪽)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회관 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탄력 근로제 확대 합의 내용을 설명하며 ’사회적 대화의 길이 열려 있고 참여할 수 있음에도 참여하지 않고 반대만 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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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민주노총을 겨냥해 작심 비판을 했다. 20일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 내용을 설명하면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회적 대화의 길이 열려 있고, 참여할 수 있는데도 반대만 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말했다. 전날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시행에 합의하자 민주노총이 “명백한 개악이다. 총파업으로 분쇄하겠다”고 한 데 대한 반박이다.

김 위원장은 “정치권에서 2월 국회 처리를 예고한 상황에서 마냥 반대만 할 수 없었다”며 “합의가 안 된 가운데 국회에서 처리되면 최악의 내용으로 개악될 가능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대 투쟁을 해서 개악을 막을 수 있다면 한국노총도 그 길을 가겠지만, 역사는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를 담은 법안 처리를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노사 간 합의가 가능했음에도 합의가 깨지고 최악의 내용으로 최저임금법이 개악되는 과정에 민주노총의 합의 반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이 과정을 또 다시 되풀이하는 것은 책임 있는 노동단체의 모습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2000만 노동자의 건강권과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사회적 대화에 나섰다”고도 했다.

경영계의 협상 태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사용자들은 협상이 깨져도 정치권이 알아서 해 줄 것으로 믿고 무책임한 태도로 협상에 임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막판 이틀간 밤을 새는 집중 논의로 건강권과 임금보전 문제에 대해 양보를 끌어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협상에 나섰던 당사자들은 김 위원장이 합의의 주역이란 평가에 주저하지 않았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협상력이 없었다면 이루기 힘든 합의였다”고 평가했다. 김경선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등장해 엉킨 실타래를 거짓말처럼 풀어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합의 실패로 기울던 18일 저녁부터 협상의 전면에 나섰다. 한국노총에선 본부장급 2명이 협상을 전담하고 있었다. 이들은 비교적 강성으로 통한다. 그래서인지 좀처럼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이들을 젖혀두고 직접 쟁점 사안을 수정하고, 임서정 고용부 차관과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을 찾아다니며 협상했다.

19일 새벽 3시30분 김 위원장은 “내가 안고 가련다”며 합의 의지를 보였다. 산하 노조위원장에게 일일이 전화해 탄력근로제 시행에 따른 문제와 보완책을 논의한 그는 그날 오전 손경식 경총 회장과 회동했다. 김 위원장은 “담판이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탄력근로제 확대에 따른 과로 문제 해결(건강권 확보), 임금 저하 방지에 손 회장의 동의를 끌어냈다. 경영계가 요구한 도입 요건 완화(노사합의→노사협의) 대신 운영 요건에 유연성을 주는 양보를 하면서다. 천재지변, 기계 고장, 업무량 폭증 등의 경우에는 ‘노사 협의’로 근로시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불참한 가운데 조직적 부담을 안고 탄력근로제 논의에 참여하고, 합의한 것은 뼈아픈 경험 속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노조조직률을 놓고 민주노총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이다. 올해 말 김 위원장의 한국노총 위원장 재선 가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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