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KT에 팔리느냐, 디폴트냐… 속타는 딜라이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무사히 인수자를 찾아 매각될까, 아니면 대주주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나.'

국내 케이블 TV 업체 딜라이브에 통신·방송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케이블 TV 1·2위인 CJ헬로티브로드는 각각 LG유플러스SK텔레콤에 인수되는 방안이 발표되거나 검토되고 있는데, 3위인 딜라이브는 별일이 없기 때문이다. 딜라이브 대주주인 KCI(국민유선방송투자)는 1조원 넘는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오는 7월 말 디폴트 위기를 맞게 되기 때문에, 올 상반기 안에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케이블 TV를 인수하지 않은 마지막 통신 업체 KT는 자칫 규제 때문에 인수 자체를 포기할 수 있다. 딜라이브는 속을 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KCI는 지난 2007년 딜라이브 인수를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2조2000억원(딜라이브 자체 대출금 6300억원 포함)을 대출받았다. 이후 KCI는 지난 2015년부터 딜라이브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최근 케이블 TV 업계의 위축세와 맞물리면서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채권단은 2016년 7월 대출금 중 8000억원을 출자 전환하는 동시에 3년간 나머지 금액 만기를 연장해준 적이 있다. 오는 7월까지 인수자를 찾지 못해도 채권단이 만기를 다시 연장해줄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악의 상황까지 갈 경우, 워크아웃(기업 개선작업)에 들어갈 뿐 아니라 경영권도 완전히 채권단에 넘어간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회사를 파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말부터 KT는 유료 방송 시장에서 좀 더 확고한 1위를 굳히기 위해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해왔다. 그런데 최근 국회가 작년 6월 말 폐지됐던 합산 규제를 부활시키는 논의를 시작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합산 규제는 특정 사업자가 유료 방송 시장의 33.3%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규제다. 인터넷 TV와 위성 방송을 모두 보유한 KT의 유료 방송 시장 점유율이 이미 30.8%인 만큼, 합산 규제가 부활하면 딜라이브(점유율 6.5%) 인수는 불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딜라이브는 최근 합산 규제 부활에 반대하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용주 딜라이브 대표는 "합산 규제는 유료 방송의 자율적 시장 재편을 봉쇄할 뿐"이라고 말했다.

딜라이브의 실적 자체가 낙제점인 것은 아니다. 지난 2017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979억원과 782억원으로, 전년 대비 1.5%와 7.9% 증가했다. 가입자 수는 작년 6월 기준 206만명(시장 점유율 6.5%)이다. 딜라이브는 CJ헬로·티브로드와 달리 방송권역이 모두 서울·경기에만 있기 때문에 수도권 케이블 TV 시장에서는 최강자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채권단이 딜라이브 매각을 위해 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IHQ큐브엔터테인먼트를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리 매각을 통해 대출금 일부를 회수하는 동시에, 딜라이브 '몸값'을 내려 다른 인수자를 물색하려 한다는 것이다. IHQ는 배우 장혁·조보아 등이, 큐브엔터는 아이돌 그룹 비투비 등이 속한 연예기획사다.





김봉기 기자(knight@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