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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조성길 딸 강제북송 논란 확산…北美회담 '인권 의제'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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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에 가려졌던 북한 인권 의제 재부각
"북·미 비핵화 협상서 지렛대로 활용해야"
北, 인권 문제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 보여와


아시아경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작년 11월 부인과 함께 공관을 이탈해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조성길(오른쪽에서 두번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앞서 작년 3월 이탈리아 베네토 주의 트레비소 인근에서 열린 한 문화 행사에 참석한 모습. 조 대사대리의 오른쪽은 이탈리아 상원의원 발렌티노 페린, 왼쪽은 파라 디 솔리고의 교구 사제인 브루노네 데 포폴 신부이며, 가장 왼쪽은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의 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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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미성년 딸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권문제가 2차 북·미대화의 복병으로 떠오를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동안 비핵화에 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북한 인권 의제를 이번 협상 테이블에 올려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는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20일 오후(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북한으로 되돌아간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다수의 현지언론을 통해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송환된 것으로 보도되면서 이탈리아 인권단체와 정치인들은 깊은 우려 표명하고 북한을 비판하고 있다.


만리오 디 스테파노 이탈리아 외교부 차관은 "이탈리아는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을 보호했어야 했다"며 "그의 딸이 세계 최악의 정권 가운데 하나로부터 고문을 당하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지 뉴스통신 ANSA에 따르면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은 17세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디 스테파노 차관을 비롯한 이탈리아 정치인들도, 미성년자인 조 전 대사대리의 자녀가 부모와 만나고 싶어하는 의사에 반해 북한으로 송환됐을 경우 심각한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I)는 조 전 대사대리 딸의 북한 송환과 관련한 보도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이탈리아 당국은 이번 일에 대해 명명백백히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번 사태로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의제만큼 인권 의제가 중요한 사안으로 부각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 미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의 인권 문제를 대북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북한은 서방의 인권 문제제기를 체제 위협으로 간주할만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 특사는 이달초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기고한 글을 통해 "북한의 인권 문제를 의제화하고 공론화시켜 이를 북·미 비핵화 회담에서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북한이 논의를 꺼린다고 지금 인권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결코 인권 문제를 거론할 수 없게 된다"면서 "인권 문제를 의제화하지 않는다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이 더 쉬워지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인권 의제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협상 타결에 급급한 미국이 무엇이든 할 용의가 있다는 인상을 주면서 미국의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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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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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독일의 북한인권단체 '사람'의 니콜라이 슈프리켈스 공동대표는 지난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와의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 비핵화를 위한 외교 대화가 추진되면서 한국과 미국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거의 제기되지 않고 있다"면서 양국이 북한 인권 개선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이달초 유엔(UN) 산하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은 제117차 비공개 정기회의에서 북한 등 국가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760여건의 강제 실종 사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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