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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 대북 경협사업 재원조달 계획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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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 약속에 대해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미리부터 대두되고 있다. 실질적인 비핵화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서도 일단 숨통을 틔워 줘야 한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가동이나 금강산관광 재개 등 그동안의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도 여기에 포함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제 “제재를 풀려면 다른 쪽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북한이 납득할 만한 비핵화 조치에 나설 경우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암시나 다름없다.

문제는 북한이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에서 비핵화를 약속하고도 실제로는 이행하지 않는 경우다. 과거 이러한 사례를 겪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관련국들이 경제지원 약속을 내걸고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해 왔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 그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에 대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폐기토록 하는 수준에서 타협이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마저 제시된다. 미국이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자신의 안보에 더 신경을 쓴다는 비난이 쏠리는 이유다.

우리 정부의 태도는 더욱 우려를 던져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남북 철도 연결부터 경제협력 사업까지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밝힌 것이 그것이다. 물론 ‘미국 측이 요구한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지만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의사가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남북 경협에 투입되는 막대한 재원조달 계획이나 마련돼 있는 것인지 묻고자 한다. 철도·도로 연결에만 무려 150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추정이다.

북한이 실제로 비핵화 조치에 나선다면 경제 지원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과거의 실패를 피하려면 단계별로 지원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국민들의 동의 절차도 필요하다. 국민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정부가 무턱대고 앞장서는 모습은 위태롭기만 하다. 더 나아가 미국 측에도 부담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조차도 내주의 하노이 북·미회담을 지켜본 이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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