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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유와 성찰]막말 목사 전광훈,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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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폭언이 난무하는 극우주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극우주의가 정치를 하면 이렇게 되는가 보다. 감정조절을 못하는 막말분자들은 세상을 심히 위태롭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된다.

그들은 모를까? 저렇게 말하면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집권 가능성을 일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미미한 정당이 아니라, 잘만 하면 집권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져도 될 만한 거대정당이 저렇게 사회적 합의를 거스르고 헌법적 절차를 부정하는 말을, 설사병에 걸린 이가 배설하듯 마구 쏟아버려도 되는 것인가?

경향신문

정치의 전문가들이라고 자부하는 그들의 속셈이 궁금하다. 일단 당권을 잡은 뒤에 쏟아놓은 배설물을 은근슬쩍 가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집권당을 견제할 제1세력이니만큼 그렇게 마구 독취를 풍기는 배설물을 뿌려대도 국민이 지지해준다고 믿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우리가 감히 상상 못하는 고수들의 묘수가 준비되어 있는 것일까. 아무튼 나는 그들의 전당대회를 보면서 너무 과분한 지위를 누리는 이들의 부당함에 대해 절감했다.

왜 하필 전당대회였을까. 서울역광장, 대한문 앞,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 보신각 앞의 태극기집회들에서 이미 수없이 발설되었던 말들이었다. 하지만 제1야당이 공적인 자리에서 그 같은 말을 근거도 없이 함부로 할 수는 없었기에 말하고 싶었어도 참아왔던 것일 터. 더욱이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시간은 시민사회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말들을 더 과시적으로 해야 하지 않는가.

이에 대해 이미 몇몇 정치전문가들이 그럴듯한 해석을 제시했다. 작년 하반기 짧은 시간에 매우 이례적으로 책임당원이 크게 증가했는데, 그들 대다수가 ‘태극기세력’이 대대적으로 기획입당한 이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여름부터 자유한국당의 당권부터 장악하자는 SNS 메시지가 ‘태극기세력’ 사이에서 널리 확산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입당한 이들이 극성스럽게 전당대회의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후보들의 대단히 자극적인 극우적 발언들이 난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데 이렇게 태극기세력이, 뿔뿔이 갈라져 최소한 다섯 개 이상의 그룹들로 나뉘어 각기 다른 곳에서 수십명에서 100명 남짓한 소규모집회를 거의 매주 벌여왔던 것과는 달리, 그들을 연대하게 하여 3·1절 집회, 광복절 집회, 11월의 이른바 ‘애국시민총궐기’ 등을 만들어내고 또 자유한국당 기획입당까지 기획했던 이들이 있다. 그중 내가 주목하는 이는 전광훈이다.

공안검사로 맹위를 떨치다가 박근혜 정권 때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지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라고 망언을 했던 극우인사 고영주는 전광훈이 11월17일의 총궐기대회를 기획했고 흩어진 태극기세력들을 결속시켜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이끌 지도자라고 평했다.

막말 목사의 대명사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전광훈의 영향력은 그만큼 막강한 모양이다. 극우성향의 목사들 중 가장 정치적 성향이 강한 그는 기독정당들이 등장할 때마다 항상 그 중심에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후에는 탄핵무효를 부르짖고 문재인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주장하면서 정권 퇴진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2017년 말, 전국의 교회들로 무차별 살포된 ‘긴박한 현시국’이라는 장문의 카톡메시지가 있었다. 거기에는 문재인 정부가 계엄령을 발포하여 개신교도들을 무수히 학살할 것이라는 끔찍한 주장이 담겨 있는데, 그 출처는 알 수 없지만 그 메시지는 모든 개신교도들이 들고 일어나야 한다는 선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한데 그 메시지의 ‘봉기’의 시간은 2018년 3·1절 구국기도회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어도 그 메시지와 비슷한 주장을 폈던, 해서 어쩌면 그 메시지의 배후와 긴밀한 관계에 있을지도 모르는 전광훈은 그렇게 그때를 해석했다. 해서 그는 3·1절 구국기도회 때에 300만의 ‘애국기독시민’들이 궐기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개신교도의 대대적인 동원은 없었다. 대다수 개신교 목사들은 무관심했고 일부 관심을 가질 법한 이들도 신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발을 뺐다. 그의 기획은 실패했다.

한데 몇몇 사람들은, 기독정당들의 중심에 있던 그가 이번에는 자유한국당을 극우정당으로 만들려는 기획의 중심에 있을지 모른다는 추정을 한다. 지금의 망언대잔치의 상황이 조성된 그 기획 말이다.

그리고 그가 지난 1월23일, 한기총 대표회장이 되었다. 그날 그가 던진 일성은 “이 시대를 좌시하지 않겠다”였다. 그와 그를 둘러싸고 일어난 사태들을 주목해볼 일이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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