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은 신의칙을 한층 엄격하게 적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달 14일 시영운수 통상임금 소송 판결에서 대법원은 1·2심 판단을 깨고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체불임금을 지급했을 때 회사가 도산할 정도가 아니면 신의칙 적용이 어렵다는 인상을 준다.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2017년 광주고등법원은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을 폭넓게 해석했다. 재판부는 금호타이어의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도 이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봤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노사가 합의한 과거 임금 인상폭이 실제보다 줄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대법원 판결로 통상임금 기준이 확립된 것이 2013년인데 이전 임금에까지 소급 적용하는 것은 기업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
신의칙의 제한적 적용은 노조의 소송 의지를 북돋워 더 많은 관련 소송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그때마다 기업은 휘청휘청할 것이다. 경영상 어려움을 제3자가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소송에서 패소한 회사는 당장 망하지는 않더라도 경쟁력에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경영상 어려움'이라는 비객관적 잣대로 그때그때 판결 시류에 기업 운명을 맡기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국회는 신의칙의 세부 적용기준을 입법해 이런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대법원도 관련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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