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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IF]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 肉食의 새 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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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채식 전문점이 이번 주부터 채식주의자를 위한 햄버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햄버거에는 소고기 대신 미국 바이오 기업 비욘드 미트가 개발한 식물성 고기가 들어갔다. 식물성 닭고기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과거 콩으로 만든 고기가 나왔지만 육질이 실제 고기와 흡사한 식물성 고기는 이번에 처음 소개됐다.

가축을 희생하지 않아도 고기를 즐길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고기는 갈수록 실제 고기와 맛이 비슷해지고 있다. 가축의 세포를 배양해 만든 고기도 올해 안으로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식물성 고기와 세포 배양육은 축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고기 맛 내는 분자를 식물에 구현

가축은 전 세계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의 15%를 배출한다. 지금 추세라면 인류는 2050년까지 육류 소비가 70% 더 늘 전망이다.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도 92% 증가한다는 추산이 나온다. 과학자들은 인류의 건강과 지구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가축이 필요 없는 인조(人造) 고기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도 인조 고기가 있었다. 바로 콩으로 만든 고기다. 하지만 같은 단백질이지만 맛은 소고기에 크게 못 미쳤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2009년 창업한 임파서블 푸드는 혈액에서 산소를 전달하는 헤모글로빈 속 '헴' 분자가 고기 맛의 원천임을 알아냈다. 헴에는 철분이 들어 있어 선홍빛 고기 색과 금속성 풍미를 낸다.

조선비즈

그래픽=김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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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파서블은 콩과(科) 식물의 뿌리혹에서 헴 분자를 만드는 유전자를 찾았다. 이 유전자를 맥주를 만드는 미생물인 효모에 끼워 넣어 발효 방식으로 대량생산했다. 회사는 콩·아몬드·밀을 이 헴 분자와 섞어 실제 소고기 맛을 내는 식물성 고기를 개발했다. 비욘드 미트도 같은 방식을 이용했다. 두 회사의 제품은 세계 곳곳의 채식주의자 식당과 수퍼마켓에서 팔리고 있다.

세포 배양 방식의 고기도 상용화 임박

실제 소고기 세포로 이뤄진 인조 고기도 등장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의 마크 포스트 교수가 창업한 모사 미트는 2013년 소 줄기세포를 배양해 햄버거용 패티를 만들었다. 줄기세포를 근육세포로 자라게 해서 근육 조직을 만든 것이다. 당시 햄버거 가격은 무려 33만달러(약 3억7000만원).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돈을 냈다.

모사 미트는 최근 세포 배양육으로 만든 패티 가격을 개당 11달러까지 떨어뜨렸다. 미국 MIT가 발간하는 테크놀로지 리뷰지는 지난달 전문가들은 세포 배양육이 올해 안으로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전망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 저스트는 올해 세포 배양 방식으로 만든 닭고기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일본 축산 업체와 손잡고 와규 소고기를 배양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의 개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스라엘 바이오 기업 알레프 팜은 지난해 세포 배양 방식으로 스테이크용 소고기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미국 멤피스 미트는 2017년 세포 배양 방식으로 만든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선보였다.

세포 배양육은 처음엔 배양 과정에 소 혈청을 사용해 생산 효율도 낮았고 윤리 논란도 있었다. 최근에는 줄기세포 배양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런 문제가 사라졌다. 또 육질을 좌우하는 지방도 근육 조직과 같이 배양할 수 있게 됐다.

온실가스 저감 효과 두고 논란도

물론 인조 고기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있다. 먼저 기존 업체의 반발이다. 미국 축산협회는 새로운 방식의 고기를 대놓고 '가짜 고기'라고 부르고 있다. 이들의 로비 덕택에 미주리주는 지난해 식물성이든, 세포 배양 방식이든 가축에서 나온 게 아니면 '고기(meat)'로 표시하지 못하게 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인조 고기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됐다. 지난달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장기적으로 보면 가축이 배양육보다 온난화 유발 효과가 덜하다고 발표했다. 가축이 내뿜는 온실가스인 메탄은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25배나 강하지만 1000년이나 지속되는 이산화탄소와 달리 12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체들은 낙관적이다. 글로벌 담배 제조 업체들이 자신들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전자담배 업체에 투자하듯, 타이슨 푸드·카길 같은 세계적인 축산 업체들이 잇따라 인조 고기 개발 업체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미국과 중국, 인도 모두 같은 가격이면 식물성 고기나 세포 배양육을 선택할 용의가 있다는 답이 훨씬 많았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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