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단독]택시기사 기자,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에 ‘밥벌이’를 묻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단독 인터뷰
중앙일보

지난 13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 한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박민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되다. 하루 12시간 쉬지 않고 달려도 밥벌이가 쉽지 않다. 손님이 없으면 연료만 타는 게 아니라 애간장이 더 탄다. 택시기사. 스스로를 택시 기본요금에 빗대 ‘2400원 인생’이라 부르는 거친 삶이다.’ (2011년 8월 1일 중앙일보 4면)

지난 2011년 택시운전면허 취득 후 민심청취 수단으로 3일간 택시기사로 일한 뒤 보도했던 기사의 한 대목이다.

최근까지 16차례 더 택시를 운전하며 직접 경험했고, 또 주변에서 보고 듣기도 했다. 그런 택시 기사의 삶은 2011년보다 나아진게 없다.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며 하루 12시간씩 달려야 하는 도로 위의 삶. 카풀 등 ‘모빌리티 서비스’에 극렬히 반대하는 택시 기사들의 마음 속엔 '지금도 힘든 삶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하는 근원적 불안감이 존재한다.

중앙일보

지난 2011년 7월 택시운전면허 취득후 3일간 민심청취를 한 중앙일보 박민제 기자가 당시 운행과정에서 만난 택시 기사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주환(41) 카카오 모빌리티 대표를 인터뷰한 건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 7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 카풀 시간을 제한하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일부 택시단체가 전면 거부를 선언하고 스타트업들도 합의 재논의를 요구하며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14일에도 카풀스타트업 3개사가 합의안을 정면 비판하며 재논의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박민제 기자의 보이스택싱. 승객은 박원순 서울시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 대표는 택시기사의 생계와 모빌리티의 혁신 사이 어떤 그림을 그리고 합의안에 싸인한 걸까. 1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본사에서 만난 정 대표는 “합의안에 대한 오해가 많다”며 입을 열었다. 타협안 도출 후 정 대표가 언론과 정식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풀은 모빌리티 혁신 서비스 일부일 뿐"
중앙일보

지난 1월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개 단체로 구성된 택시 카풀 비상대책위원회가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어떤 오해가 있나.

A : “핵심은 새하얀 도화지처럼 규제가 전혀 없는 모빌리티 서비스 판을 새로 만든 것이다.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가 그것이다. 택시도 모빌리티 기업들도 함께 참여해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장이다. 그런데 자꾸 카풀 부분에만 집중해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카풀은 혁신적 모빌리티 서비스의 전부가 아니다. 일부일 뿐이다.”


"100조원, 200조원 모빌리티 판 키운다"




Q : 택시기사들에겐 생계가 달린 문제다.

A : “우리나라 택시시장 규모가 8조원 가량인데, 오랜 기간 정체상태로 머물러 있다. 그러다 보니 택시기사들은 열악한 처우에 처하고, 승객들은 필요할 때 택시를 타지 못하는 등 불친절한 부분에 대한 불만이 크다. 우리는 이 좁은 판에서 서로 뺏고 빼앗기는 게임을 하자는 게 아니다. 혁신적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들 만족도를 높여 이 판을 100조 200조원으로 키우자는 것이다. 사람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으면 차를 가지고 나오지 않는다. 그 시장이 우리가 생각하는 시장이다. 그렇게 되면 이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더 늘어나고 처우도 더 좋아질 수 있다. 우버의 기업 가치가 전통 자동차 회사 3개를 합친것보다 크지 않나. 우리도 할 수 있다.”


"황토색 택시 색깔 다양해질 필요"




Q : 규제가 그렇게 많나.

A : “우리가 무슨 서비스를 내놓을 때면 지방자치단체에서 득달같이 전화가 온다. 서비스 이름부터 바꾸라는 둥 사업정지를 때리겠다는 둥 온갖 얘기를 한다. 왜 택시가 황토색인가. 사용자 의견은 전혀 묻지 않고 그냥 정한 거다. 더 이쁜 색깔 더 좋은 차를 사용하고 싶어도 안된다. 이래가지고 무슨 혁신을 할 수 있나.”




Q : 혁신적 플랫폼은 뭔가.

A : “택시는 지금 요금 규제, 차종 규제, 외관 규제, 영업구역 규제를 받고 있다. 또 부제가 존재해 영업 못하는 날짜도 있다. 자유 경제에서 기업이 상품 스펙도 못 바꾸고 가격도 못 바꾸고 생산량도 못 바꾸는게 말이 되나. 그게 지금의 택시 시장이다. 여기서 규제를 다 없앤 영역을 만들고 택시회사들과 협업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보자고 한 것이 합의안이다.”




Q :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가.

A : “형상을 정해버리면 안된다. 이런 것도 가능하고 저런 것도 가능한게 혁신이지 못박을 수 없다. 네거티브 규제의 핵심은 금지하는거 말고 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Q : 일각에선 택시사업자 면허를 빌리는 형태를 제시하며 대기업인 카카오만 유리하다고 지적한다.

A : “꼭 택시 면허를 빌려야 하나. 그런 형태도 가능하다는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초창기 20개 택시회사가 동참해 차량을 구매한 뒤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함께 사업을 했다. 이런 제휴 방식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차량 색깔을 더 이쁘게 하고 서비스도 바꿔 택시 같지 않은 택시를 운행할 수 있다. 또 공항에 왔다 갔다 하는 대형 택시를 타깃으로 한 서비스도 가능하다. 말레이시아 차량 공유 업체 ‘그랩(Grab)처럼 헬리콥터 전용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고 전세기 여러대를 맴버십 형태로 공유하는 서비스도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전기 자전거 서비스도 최근에 출시했다.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며, 우리가 다 할 수도 없다.”
중앙일보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퇴근 시간을 밤 11시라 할수 없지 않나"


14일 풀러스·위모빌리티·위츠모빌리티 등 카풀 스타트업 3사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출퇴근 시간으로 카풀 시간을 한정한 사회적 대타협기구 합의안을 정면 비판하며 재논의를 요구했다. 이들은 “기득권만의 대타협기구 협의를 전면 무효화하고 누구에게나 공정한 사업기회를 줄 수 있도록 다시 논의해주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다른 모빌리티 업체들의 반발에 대해 "계속 많은 대화를 통해 풀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Q : 카풀 시간 제한을 거는 것에 대한 반발이 크다.

A : “그건 법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여객자동차법에 출퇴근 시간만 돈 받는 카풀을 운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퇴근 시간을 오후 6시에서 8시로 규정한 것에 대해 지적하지만, 그렇다고 퇴근시간을 밤 11시라 규정할 수 있을까. 최근 법원에선 출퇴근 동선이 다른 손님을 태워준 것에 대해 운행정지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도 나왔다. 기존 법은 지켜야 한다.”




Q : 택시 업체 뿐만 아니라 다른 모빌리티 업체들 반발도 크다.

A : “카풀과 택시 갈등 이슈는 우리가 아닌 다른 업체에서 시작했다. 우리는 중간에 참여했지만 그래도 책임감을 가지고 서비스를 중단하고 합의에 들어갔다. 사회적 갈등을 풀어야 시장이 열린다고 봐서다. 밖에서 보기엔 의견이 다르다고 얘기할 순 있다.”
중앙일보

지난 7일 합의안을 발표한 택시ㆍ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 왼쪽에서 3번째가 정주환 대표 4번째가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타협안을 도출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A : “많은 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논의에 참여한 모든 당사자들이 규제를 혁파하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가는데 공감한 결과 합의안이 도출됐다. 택시에 사람들이 가장 불만을 느낀 건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승차거부, 서비스의 품질이다. 앞으로 사용자들이 기꺼이 돈을 내는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기존 종사자들에게는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게 하는 일에 주력하겠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