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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악질경찰'이 세월호를 소비하는 법, 이게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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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슬 연예기자]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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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비리부패, 정경 유착 그리고 세월호 참사까지. 관객들은 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을 어떻게 바라볼까. 지난 13일 열린 기자시사회 직후 첫 반응은 물음표였다. 세월호를 품은 상업영화에 장르색이 짙어 쉽게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이 사망한 대형 참사다. 이 사건은 전 국민적 트라우마를 안겼고, 비슷한 시기에 영화로 기획됐다. 그 테이프를 끊은 '악질경찰'이 가진 용기만큼은 빛났지만, 상업적 소비와 영화적 재미 안에서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 모양새다.


영화는 안산 단원서 조필호 형사 시점에서 출발한다. 불쑥 들어온 '안산'과 '단원'이라는 단어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시작부터 기대감을 갖기는 충분하다. 그러나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조필호는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악질경찰이다. 그는 급하게 목돈이 필요해 경찰 압수창고를 털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사건 당일 밤, 조필호의 사조를 받아 창고에 들어간 한기철(정가람 분)이 의문의 사고를 폭발사고로 죽게 되고, 필호는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설상가상 거대기업의 불법 비자금 자료까지 타버려 검찰의 수사 선상에도 오른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건을 쫓던 중, 폭발사건의 증거를 가진 고등학생 미나(전소니 분)와 엮이게 되고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거대한 음모와 마주친다.


미나는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었다. 친구의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니며 삶을 견딘다. 남겨진 미나의 시점에서 바라본 세상은 가질수록 더 갈망하는 더러운 기성세대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로 가득하다. 조필호와 미나는 거대기업에 의해 쫓기며 세상을 마주한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품고 있는 고질적 문제를 통해 사회적 환멸과 병패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픽션이라기엔 너무도 생생해 씁쓸함을 남긴다.


'악질경찰'의 큰 줄기는 악(惡) 뒤에 숨은 거대 악을 향한 분노와 응징에 있다. 역시 재벌이 등장하고, 거기에 대항하는 한 남자와 소녀가 등장한다. 영화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불변의 이기와 탐욕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투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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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세월호 소재를 차용하지 않고도 메시지 전달이나 연출에 있어서 무방해보인다. 세월호를 배제하고 봐도 장르 영화의 기능은 충실히 하기 때문. 문제는 왜 세월호를 품었느냐는 물음에 영화는 선뜻 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세월호 소재를 상업적으로 소비하지 않으려 고민을 거듭했다는 이정범 감독의 말을 쉽게 납득하긴 어렵다. 안타깝게도 영화는 세월호를 통해 그 어떤 메시지도 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감독의 치열한 고민이 영화에서 읽히지 않아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용기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모두가 외면했을 때 정면으로 세월호를 상업영화의 소재로 차용하겠다는 진심은 영화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또 이정범 감독은 '아저씨'(2015), '우는남자'(2014)의 세계관을 확장하고자 했지만, 자기복제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불쑥 겹치는 장면에서는 감독의 의도가 불명확해 이도 저도 아닌 모양새다.


액션은 잘 빠졌다. 이선균과 박해준이 쫓고 쫓기며 팽팽하게 대립하는데, 이 과정이 긴장감 넘치는 재미를 준다. 하지만 다소 잔인한 장면도 눈에 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영화이기에 영화적 허용 범위 안에서 재미를 추구했다고는 하지만 장르 영화의 특성상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은 빛난다. 특히 이선균과 박해준의 연기가 눈길을 끈다. 인간의 본성과 극단의 악, 자기연민 등의 감정을 실감 나게 그리며 극에 몰입하게 한다. 오는 20일 개봉. 127분. 청소년관람불가.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이이슬 연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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