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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조심하자, 삭제하자"…일반인 사이서도 카톡방 경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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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정준영 덜미 잡은 결정적 증거 '카톡방' / 불법 촬영 성관계 영상부터 경찰과 유착 정황 내용까지 / 일반인 사이에서도 '지라시' 유포부터 '성희롱' 문제 / 전문가 "불법 정보 카톡방 공유, 작성자와 같은 처벌 받을 수도"

세계일보

가수 정준영(30)이 14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날 정씨를 경찰청 마당 포토라인에 세운 결정적인 단서는 그가 가까운 지인들과 카카오톡(이하 카톡) 대화방에서 주고받은 대화와 동영상, 사진이었다. 경찰이 확보한 2016년 정씨의 휴대전화 카카오톡 메시지는 20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뱅의 멤버 승리 등 정씨와 가까운 연예인과 지인들은 단체 카톡방에서 여성들을 자신들의 성적 욕구를 채우는 대상으로 여기는 대화를 비롯해 불법으로 촬영한 성관계 영상 등을 올리거나 돌려 봤고, 경찰과의 유착이나 탈세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담긴 내용을 아무렇지 않게 공유했다. 방송 촬영차 해외로 나갔다가 급히 귀국한 정씨가 자신의 죄를 바로 인정하고 합당한 처벌을 받겠다고 한 것도 친한 사람들끼리 카톡방에서 ‘히히덕 거리며’ 주고 받은 대화와 영상·사진 파일이 부인할 수 없는 범죄의 증거가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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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정준영이 14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한윤종 기자


◆“정준영 카톡방 반면교사 삼자” 기류 확산

잊을만 하면 터지는 카톡 대화방 사건 때마다 카톡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제기돼 왔다. 최근 승리와 정씨 파문을 계기로 친한 사람들끼리 카톡 등 메신저 대화방에서 위험한 대화들이 오가는 것을 경계하자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는 양상이다. 직장인 박모(30)씨는 지난 12일 지인으로부터 낯 뜨거운 지라시를 전달받았다. 정준영 동영상에 담긴 내용에 대한 성적인 루머였다. 지라시로 언급된 일부 연예인들은 루머 유포에 대한 법적대응을 밝혔지만 단체방을 통해 루머는 일파만파 퍼지고 있었다. 박씨는 “혹시나 단체방 내용이 외부에 유출될까 두려워 바로 메시지를 삭제하고 주의를 줬다”며 이날 하루 지인들에게 받은 지라시가 10건이 넘는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32)씨도 “회사 동료들과 단톡방에서 승리 성접대 카톡에 대해 얘기하다 (대화 흔적이 남지 않는) 텔레그램을 사용하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혹시나하는 마음에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자영업자 김모(45)씨는 “친한 중학교 선후배들끼리 가입한 카톡방을 자주 이용하는데 성적인 농담이나 논란이 된 노골적인 성관계 동영상들을 입수한 사람이 카톡방에 올려 돌려보곤 했다”며 “앞으로 이런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자제하자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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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단체 대화방(단톡방)을 통한 ‘성희롱’ 문제는 대학가에서도 문제가 된 바 있다. 지난해 한 대학 연합동아리에서는 남학생들이 단톡방을 만들어 여성의 외모평가와 함께 잠자리를 하고 싶은 여성의 순위를 매기는 등 논란이 됐다. 한 회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들은) 마치 여자친구이거나 소유물인 것처럼 저희를 취급했다”고 밝혔다. 같은해 서울의 한 대학 남학생들이 만든 단톡방에서도 한 여학생을 대상으로 “XX하면 행복하겠다”고 성희롱 하고 여러 여학생의 사진을 올려 외모평가를 한 내용이 공개돼 물의를 빚었다.

전문가들은 단체방에 불법정보를 유통하는 것만으로도 생성한 사람과 동일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다른 단체에서 하지 못할 말들이라도 단톡방에서는 암묵적인 공유의식을 통해 건전치 않은 환락주의로 인정받고 부추겨지는 측면이 있다”며 “단톡방이라고 남이 못 보는 게 아니고 언제든 전파될 수 있는 공간인 만큼 자신이 올린 게시물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사이버상의 허위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최초 유포자뿐만 아니라 중간 유포자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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