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우주여행이 잠복한 헤르페스 깨워…면역세포 둔화가 원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NASA 연구팀, 화성 등 심우주 탐사 대책 세워야

연합뉴스

ISS 밖에서 카메라 장비를 교체 중인 미국 우주인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우주비행을 한 미국 우주인 중 절반 이상에서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재활성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증상으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았지만, 우주여행 기간이 늘어날수록 재활성화율이 높아 화성 탐사와 같은 장기 우주여행 때는 심각한 건강상의 위협을 제기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런 결과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존슨우주센터 새티시 메흐타 박사가 우주왕복선이나 국제우주정거장(ISS) 임무를 수행한 미국 우주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밝혀졌다.

메흐타 박사 연구팀은 우주 비행 전과 우주 체류 중, 지구 귀환 뒤 등으로 나눠 우주인의 타액과 혈액, 소변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다.

그 결과, 짧게 진행되는 우주왕복선 임무를 수행한 우주인은 지금까지 89명 중 47명(53%)이, 장기간 이어진 ISS 임무에 투입된 우주인은 23명 중 14명(61%)이 타액이나 소변 샘플에서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런 빈도와 바이러스양은 우주 비행 전이나 지구 귀환 뒤, 그리고 건강한 사람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것이다.

이는 우주비행 중에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많아지고 면역체계가 압박을 받으면서 병원균을 죽이거나 억제하는 면역세포의 활동이 둔화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됐다.

메흐타 박사는 "NASA 우주인은 로켓 발사와 지구 귀환 때 극단적 G-포스(관성력)는 물론 수주 혹은 수개월에 걸쳐 극미중력과 우주선(線)을 견뎌야 한다"면서 "이런 물리적 도전에다 사회와 격리된 상황과 좁은 공간, 수면패턴 변화 등 다른 스트레스까지 겪는다"고 우주인의 스트레스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 우주인에게서는 지금까지 인체에서 검출된 헤르페스 바이러스 8종 중 4종이 발견됐다. 구강과 생식기에 나타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인 HSV, 신경세포에 평생 남아있는 수두·대상포진 유발 VZV, 아동 때 감염된 뒤 별증상 없이 면역세포에 잠복해 '키스병' 등을 초래하는 CMV와 EBV 등이다.

연합뉴스

VZV 유발 대상포진 단계별 증상
[서울성모병원 제공]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재활성화한 우주인들은 대부분 증상이 없고 6명만 실제 증상이 나타났으며 증세도 심각하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그러나 비행이 끝난 뒤에도 바이러스 재활성화가 지속하면 면역체계가 손상되거나 신생아 등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게다가 헤르페스 바이러스 재활성화 빈도와 기간 등이 우주여행 기간이 늘어날수록 심각해져 심(深)우주 탐사에서 더 위험한 국면을 초래하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메흐타 박사는 백신 접종이 최선의 방법이나 지금까지 백신이 개발된 것은 VZV밖에 없으며 나머지 바이러스들은 백신 개발이 여의치 않아 치료법을 효율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메흐타 박사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오픈 액세스 과학저널 '프런티어스(Frontiers)'의 미생물학 분야에 공개했다.

eomn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