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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하루 거래 400건→50건, 서울 아파트 `집맥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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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거래절벽`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거래판에 올 초 월별 거래 기록이 각각 1~2건에 불과할 정도로 텅 비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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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이 전반적으로 크게 오르면서 가뜩이나 '절벽' 상태인 서울 아파트 거래가 더 심각한 수준으로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17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862건에 불과했다. 하루 평균 50건 남짓 거래된 데 그쳤다. 이는 작년 9·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전에 거래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9월 신고거래의 8분의 1 수준이다. 작년 9월 일평균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407건 정도였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강력한 규제 정책이 발표된 지난해 9월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신고는 수직 하락했다. 지난해 9월 1만2227건이 신고된 데 이어 10월 1만101건으로 감소했고, 이후 11월엔 3531건으로 뚝 떨어졌다. 12월 2282건으로 저점을 찍나 했지만 올해 들어 '거래 동맥경화'는 더 심해진 상황이다. 올해 1월 1871건, 2월 1587건이 거래됐고 3월 들어 절반이 넘게 지났지만 거래는 862건에 그쳐 상황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수천 가구의 서울 핵심 입지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6개월간 거래가 20건 미만으로 보고되는 사례가 대다수다. 4424가구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9·13 대책 발표 이후 6개월간 신고된 거래 건수가 18건에 불과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 역시 지난 6개월간 15건밖에 거래되지 않았다. 월평균 3건도 거래가 이뤄지기 힘든 상황인 셈이다.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건영'(2036가구)은 더 심각해 9·13 대책 이후 단 2건의 거래만 성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서울 아파트 평균 공시가격이 14.17% 오를 것으로 예고되자 '집맥경화'는 더 심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시가격 상승은 곧바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로 이뤄진 보유세 상승으로 이어진다. 세금 부담이 크면 가격이 대폭 낮아진 매물이 쏟아져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문가들 의견은 다르다. 작년 4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가장 큰 이유다. 최고 62%에 달하는 양도소득세를 물면서 집을 파느니 일단 '버티자'는 기조로 흐를 가능성이 높고, 세 부담이 수천만 원까지 확 늘어난 다주택자는 차라리 가족 간 증여를 통해 세금을 낮추려는 '절세 전략'을 세우지, 팔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례로 강남구 소재 시세 34억원 상당 아파트 1채와 마포구 소재 시세 11억원 상당 아파트 1채를 보유한 다주택자 A씨가 올해 내야 할 세금은 4000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내에게 전세금 7억5000만원이 껴 있는 마포구 아파트를 증여하면 세금을 2000만원 이상 아낄 수 있다. 이때 증여 금액이 6억원이 안 돼 증여세는 없고 양도세와 취득세만 내면 된다. 단 1가구 2주택이라 1가구 1주택의 양도소득세 혜택을 받기 어렵지만 이왕 '버티기' 전략을 세웠다면 큰 이슈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보유세 부담을 늘리더라도 퇴로를 열어줘야 정부 의도대로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을 수 있었을 텐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로 퇴로를 막은 상태라 세금 때문에 매물이 나오기는 어려워졌다"고 판단했다. 이어 "강남권과 영등포·용산구 지역 등은 명품 기반시설은 물론 대규모 개발 호재가 많아 앞으로 보유하고 있으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있어 결국에는 증여를 선택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정상적 타인 간 거래는 현재의 '절벽' 상태를 넘어 그야말로 '거래 제로' 상태에 수렴하고, 대신 증여 건수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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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고가 아파트에 대한 상반기 내 증여나 처분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겠지만, 1주택자는 부부 공동 명의로 세 부담을 분산하는 등의 증여 방식을 택하게 될 것"이라면서 "추가 매도로 나오는 물량도 제한적이고 매수세도 위축이 불가피해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이 같은 징조는 지난 1월부터 보였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 총 7000건 중 정상 매매 거래는 1889건, 증여는 1511건이었다. 증여 거래 건수가 매매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세무사)은 "이미 증여 문의가 은행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재산세 고지서가 날아오는 7월 이후엔 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재산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 전에는 특히나 거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주 가격이 싼 급매가 아니라면 구태여 확 늘어난 세금을 부담하면서까지 6월 1일 전에 매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자금 사정이 급하거나 꼭 집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이 일부 매물을 내놓을 수 있지만, 거래가 성사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6월 1일 과세기준일 이전까지 추가 매도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큰 폭의 매물 출회가 없을 것으로 보이고 매수심리에 더 찬물을 붓게 돼 거래량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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