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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대세는 ‘친환경 SUV’…하이브리드·전기·수소, 어떤 차로 갈아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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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별 3종 차량 시승, 특징과 장단점을 살펴보니…

경향신문

렉서스 RX 450h(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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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친환경차 판매량이 전년에 비해 26.2%나 늘었다. 연비는 높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음과 진동이 심해지는 경유차에 대한 실망감과 미세먼지에 대한 거부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에 편승해 ‘친환경 SUV’가 자동차 시장의 새 ‘주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수소차 등 연료를 달리하는 친환경 SUV 3종을 시승, 차량 고유의 특성을 비교해봤다.

■ 하이브리드카 ‘렉서스 RX 450h’

시동 걸어도 ‘절간’ 같은 실내

미끄러지는 느낌의 스타트


하이브리드카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상호 보완해 구동력을 만들어 일반 내연기관 차량보다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배출량이 적다. 전기차와 수소차보다 다양한 모델이 판매되고 있어 선택 폭도 넓은 편이다. 전기모터와 엔진이 작동하는 로직은 주행 상황에 따라 꽤 복잡하지만 많은 힘이 필요로 할 때는 전기모터와 엔진이 함께 돌고, 그렇지 않을 때는 전기모터로만 달리는 차라고 생각하면 된다. 스타트 버튼을 눌러도 엔진이 돌지 않기 때문에 계기판이 점등되는 것 외에는 변화가 없어 하이브리드차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는 시동이 걸렸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바리톤 음색의 6기통 엔진

힘 부족 없이 운전하는 즐거움


렉서스 하이브리드 SUV RX 450h는 렉서스 특유의 ‘정숙성’까지 더해져 실내가 마치 ‘절간’ 같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보통 전기모터가 먼저 도는데, 엔진 소음이나 진동이 없어 차가 움직인다기보다는 ‘미끄러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가속페달을 ‘꾹’ 누르면 엔진이 따라 돌고 그제서야 V형 6기통 3.5ℓ 가솔린 엔진의 묵직한 엔진음이 실내로 들어온다. 전기모터와 엔진이 결합돼 나오는 시스템 총 출력은 313마력이다.

흔히 하이브리드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연비가 높은 대신 ‘파워’가 부족한 차라는 오해를 받는다. 하지만 RX 450h는 그런 논란에서 자유롭다. 운전자가 원할 때면 6기통 엔진이 늘 충분한 힘을 전기모터에 보태준다. 하이브리드카 분야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도요타는 2000년에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 ‘RX’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처음 도입했다. 19년이란 세월 동안 관련 기술도 진화해 지금의 4세대 RX 하이브리드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화학적으로 한 몸이 된 듯하다.

연료 가득 채우면 836㎞ 주행

고속도로 연비 리터당 12㎞


무엇보다 전기차처럼 ‘배터리가 떨어져 길바닥에 멈춰 서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들지 않는다. RX 450h의 연료탱크 용량은 65ℓ다. 가득 채우면 계기판에 주행가능 거리가 836㎞까지 찍힌다. 주행 상황과 도로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만한 수준은 된다. 연료가 바닥나도 인근 주유소에서 몇분 만에 연료탱크를 가득 채울 수 있다. 물론 엔진이 돌 때는 전기차보다 소음이 심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게 다양한 차음 대책으로 엔진 소음이나 풍절음이 잘 억제돼 있다.

‘운전하는 즐거움(Fun to drive)’은 어떨까. 소음에 질색하는 운전자만 아니라면 하이브리드카가 전기차와 수소차보다 한 수 위다. RX 450h의 V형 6기통 엔진은 끈적한 바리톤 음색으로 운전자의 오감을 자극한다. 엔진의 회전 질감도 매끄럽고 차지다. 연비는 고속도로 중심으로 300㎞가량을 달렸더니 ℓ당 12㎞가 나왔다. 준대형 SUV치고는 높은 연비다. 하이브리드카의 특성상 시내 도로를 주로 달렸으면 더 높게 나왔을 것이다. 친환경차지만 가솔린 엔진의 도움을 받는 터라 미세먼지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태생적 한계’는 있다. RX 450h는 1㎞를 달리면 129g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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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코나 일렉트릭(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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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충전 땐 406㎞ 주행 가능

전기모터는 작동 순간 최대토크


현대차 콤팩트 SUV 코나 일렉트릭은 양산되는 전기차 가운데 주행거리가 가장 긴 차에 속한다. 완전히 충전하면 406㎞를 달릴 수 있다. 혹한·혹서기만 아니면 서울에서 경남 경계지점까지 주행할 수 있는 거리다. 전기차라고 해서 일반 차량과 운전법이 다르지 않지만 코나 일렉트릭에는 ‘회생제동’ 강도를 조절하는 ‘패들시프트(주걱 모양 손잡이)’가 운전대 뒤편에 달려있다.

주행 중 충전하는 ‘회생제동’

엔진브레이크로 사용도 가능


회생제동은 브레이크를 밟으면 발전이 되는 기능이다. 운전대 왼쪽 패들을 당기면 발전량이 많아지고, 오른쪽 패들은 그 반대다. 이 회생제동 기능을 일반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 브레이크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발전량을 최대로 하면 엔진 브레이크가 강하게 걸리고, 발전량을 줄이면 엔진 브레이크 효과도 약해진다. 코나 일렉트릭은 빼어난 가속 능력을 가졌다. 가솔린·디젤엔진과 달리 작동 순간 최대토크가 나오는 전기모터의 특성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순식간에 고속도로 제한속도인 시속 110㎞에 이른다. 레이싱 트랙에서 테스트해 보면 코나 일렉트릭의 최고속도는 시속 170㎞ 안팎에서 제한된다.

시승 때 기온이 떨어져 히터를 켰지만 한참을 달린 뒤에도 따뜻한 바람이 나오지 않았다. 엔진을 식힌 열로 난방을 하는 일반차와 달리 전기차는 별도의 히터가 필요하다. 일반차는 엔진 냉각수 온도가 오른 뒤엔 언제라도 따뜻한 바람이 나오지만 전기차는 주행 시간과 상관없이 별도 히터를 가동해야 난방이 된다. ‘히트(Heat)’라고 쓰인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온도를 27도까지 올려봤지만 따뜻한 바람 대신 찬바람이 나왔다. 1분쯤 지나서야 온기 있는 바람이 나왔는데, 이번엔 온도를 17도로 낮췄더니 찬바람 대신 따뜻한 바람이 계속 나왔다. 전기차의 냉난방 작동 로직은 아직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냉난방 땐 주행거리 급격 감소

긴 충전 시간은 여전한 ‘숙제’


히터를 장시간 켜놓으면 배터리가 쉽게 방전되는 점도 신경 쓰였다.

최초 운전 때 주행가능 거리가 313㎞였는데, 10㎞쯤 달린 뒤 정차하고 히터를 40분쯤 틀었더니 247㎞로 ‘확’ 줄었다. 송풍량을 강하게 해도, 에어컨을 켜도 주행거리는 줄어들었다.

전기차 충전시설이 늘고 있지만 충전시간도 문제였다. 배터리의 80% 이상을 채우는 급속충전을 하면 30분 이상 걸린다. 내연기관 차량은 연료탱크가 빌 때까지 최고속도가 나오지만 전기차는 다르다. 배터리가 30% 이하로 방전되면 시속 100㎞ 이상의 고속주행 영역에서는 전기모터 출력이 저하돼 원하는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전기차 보급이 늘고 있지만 아직은 배터리 성능이나 충전시간이 ‘전기차 대중화’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 수소 SUV ‘넥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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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넥쏘 (수소연료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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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도 전기모터로 움직이기 때문에 주행감은 전기차와 흡사하다. 엔진 소음이나 진동이 없다.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넥쏘는 전기차와 달리 수소와 산소를 화학적으로 결합해 발전을 하는 연료전지 스택 작동음이 미세하게 발생하는 정도다. 실내에서도 전기차와 구별이 쉽지 않다. 넥쏘 계기판 오른쪽 하단 연료 게이지에 ‘H2(수소)’라 적혀 있어 이 차가 수소차임을 짐작할 수 있다.

운전대에 붙은 다기능 버튼을 누르면 수소 에너지의 흐름을 볼 수 있다. 수소가 연료탱크에서 나와 연료전지 스택을 통해 전기로 바뀌고, 전기모터에 전달되거나 배터리에 충전되는 상황이 그래픽으로 표시된다.

전기모터 사용, 성능은 전기차

완전 충전 땐 609㎞ 주행 가능


수소차와 전기차의 또 다른 차이점은 주행거리다. 넥쏘는 1회 충전으로 609㎞를 주행할 수 있다. 코나 일렉트릭의 1.5배 수준이다. 시승차에는 540㎞를 달릴 만큼의 수소가 충전돼 있었다. ‘왜 가득 채우지 않았느냐’고 현대차 측에 물었다. 넥쏘 연료탱크는 수소 6.33㎏이 들어가지만 현재는 완충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시중 수소충전소 충전기와 넥쏘 연료탱크의 압력이 700바(Bar)로 동일해 90% 정도만 충전된다. 고압에 견뎌야 하는 연료탱크의 안전을 양보하지 않고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충전기 압력 기준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은 셈이다.

냉난방 때도 연료 걱정 없고

잔여 주행거리 염려 덜하지만


수소차의 연비는 ‘㎞/㎏’으로 표시된다. 전기차가 에어컨을 켜거나 송풍량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주행거리가 수십㎞씩 줄어드는 것과 달리 수소차는 이런 장치의 영향이 거의 없었다. 시내 도로 위주로 42.3㎞를 달렸더니 91.7㎞/㎏이 찍혔다. 전기차는 운전하면서 잔여 주행거리가 늘 신경이 쓰였지만 수소차는 주행거리가 길어 도로에서 차가 멈춰 설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아직은 태부족인 충전소 때문에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예로 경기 안양시에서 가장 가까운 수소충전시설은 서울 마포에 있을 정도다. 이 때문인지 넥쏘 센터페시아 위쪽 대형 모니터에는 현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수소충전소 위치가 표시된다. 충전시설이 절대 부족한 만큼 충전소 위치를 늘 확인하고, 제때 충전하라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충전소 절대 부족은 큰 단점

머플러 대신 ‘배수관’도 특이


차를 세운 뒤 넥쏘의 배기관 끝 머플러를 살펴봤는데, 수도꼭지처럼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전기차는 배출가스가 나오지 않고 엔진 폭발음이 없어 배기관과 머플러가 아예 없다. 그러나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가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물(H2O)을 배출하기 위해 ‘배수관’을 마련한다. 시동을 끄고 문을 잠그자 ‘웅웅웅’ 하며 제법 큰 소리가 두 차례 났다. 겨울에는 이 물이 배수관에 얼어 붙을 수 있어 굉음이 날 정도로 강력한 송풍기로 물을 빼낸다고 한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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