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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양승태 측 첫 포문…"직권남용죄 성립하는지 의문이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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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한 변호인 "법적으로 의무없는 일 했느냐"

재판부, 공소장 일본주의 지적…"선입견 우려"

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 2019.2.2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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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박승희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측이 첫 재판에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밝혔다. 앞으로 재판에선 이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재판부는 검찰 공소장에 대해 법관에게 피고인의 유죄를 예단하게 하는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밝혔다. 이에 따라 양측의 의견을 들어보고 공소장 변경을 요구할지 논의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 심리로 25일 열린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함께 기소된 고영한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의 쟁점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요건을 언급했다.

변호인은 "기본적으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직권남용 행위의 상대방이 있어야 하고 그 상대방이 의무없는 일을 해야한다"며 "공소사실에서 '상대방'으로 기재된 심의관과 연구관들이 상대방으로서 적격한지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관이 어떤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에 대해 양심·도덕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보고서를 써야하는 상황이라면 그건 '의무없는 일'에 해당하느냐"며 "법적으로 의무없는 일이라고 볼 수 있는 건지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공소장에서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지시하고 공모했다'고 적시한 점에 대해서도 "어떤 내용에 대한 지시인지, 여러 보고서들을 사후에 보고 받았다는 것을 공모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인지 등의 법리적인 부분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도 "앞으로 (직권남용죄의 성립을 놓고) 세세하게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고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은 "큰 틀에선 이렇게 말씀드리고 자세한 건 추후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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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한 전 대법관. 2018.12.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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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재판부는 "최초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을 그대로 두고 재판을 진행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며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사가 피고인을 기소할 때 공소장 외에 다른 서류나 증거물을 첨부해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피고인은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돼야 하는데, 법관에게 피고인이 유죄라는 예단을 생기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2014년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 정지 처분' 사건의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는 공소사실에서 '해당 사건의 주심이던 고 전 대법관이 사건을 검토한 재판연구관에게 의견 보고를 받고도 사건 처리를 지연했다'는 대목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선 고 전 대법관이 기소된 게 없는데, 기소되지 않은 피고인의 행위 내용을 기재하는 게 어떤지 잘 모르겠다"며 "이런 내용을 공소장에서 읽다보면 피고인들에게 부정적인 선입관이나 편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소사실과 직접 관계되지 않으면서 불필요하게 기재된 부분, 법관에게 피고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관·편견을 가지게 할 우려가 있는 부분, 공소 취지가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며 "공소장 변경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은 여러 동기와 목적에 의해 이뤄진 것이고, 지휘 체계에 따라 공모관계가 다양하고 은밀하게 조직적으로 반복해 장기적으로 이뤄진 성격이 있다"며 "주된 공소사실이 직권남용이라는 점도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직권남용 범행은 정확한 경위를 설시하지 않으면 왜 이부분이 직권을 남용했다는 것인지, 피고인들이 무엇을 방어할 것인지 등 오히려 방어권 행사에 방해되는 측면도 있다"며 "이를 고려해 전후 사정과 범행 동기·과정을 자세하게 상술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한 양측의 의견을 받아보고 이를 고려해 공소장을 변경할지, 변경한다면 어떤 내용을 바꿀지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다음달 15일에는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검찰의 입증 계획과 변호인 측의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 등을 들을 예정이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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